서울 금천구 ‘수출의 다리’가 여전히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70~80년대 구로공단 제조 제품을 해외 수출길로 보내던 이 가교는 급증한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량정체가 심각해 인근 직장인들에게 ‘헬게이트’ ‘교통지옥’이라고 불리고 있다. 쿠키뉴스는 금천구 수출의 다리 인근을 방문해 시간대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 8일 오전 8시에 방문한 금천구 가산동 고가차도에서는 ‘빵빵’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로를 가득 채운 차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을 울리는 상황이다. 도심에서 나가는 차와 외곽에서 들어오는 차가 한 곳에 몰리면서 교통을 지‧정체 시키는 ‘꼬리물기’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차는 아슬아슬하게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수출의다리는 가산디지털산업 2단지와 3단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고가교다. 지난 1970년 왕복 2차로로 개통돼 구로공단 생산품을 실어 날랐다. 이후 1992년에 왕복 4차로로 확장됐다. 현재는 서남부 주요 간선도로인 남부순환로(디지털2단지사거리·디지털오거리)와 서부간선도로(디지털3단지사거리·철산대교)의 연결부이자 경부선 철도로 인해 동서로 나뉜 서울디지털산업단지(2·3단지)를 잇는 역할을 한다.
수많은 기업이 가산 인근에 둥지를 틀고 빌딩을 세웠다. 인근 가산로데오거리에는 대형 쇼핑몰과 아웃렛까지 몰려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차량 통행이 잦지 않은 평일 오전까지도 교통마비는 지속됐다.
퇴근 시간 현장은 더 아수라장이었다. 정체가 풀리지 않는 도로 위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교통 정리에 나선 모범 운전자와 경찰은 도로 한가운데서 현장을 정리하며 오가는 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녔다. 오후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긴 차량 행렬이 형성됐다. 운전자들은 이따금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고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끼어드는 차량을 향한 성난 경적은 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에서는 버스도 예외가 없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시민 A씨는 “앱에 있는 버스 도착 시간이 줄지 않는다”며 “웬만해선 버스가 아닌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한다. (버스가) 차들에 둘러싸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행자들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 퇴근 시간대 버스 탑승을 위해 직장인 등 인파가 몰리면서 비좁은 버스정류장은 보행자와 차량이 혼잡하게 얽혔다.
일대 주변 근로자와 주민의 고통도 심각하다. 이들은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시간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가산동에서 회사를 다니는 B씨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라며 “오후 3시쯤부터 회사 건물 내부에서도 경적이 들린다. 매일 큰 소리를 들으니,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 10월 ‘G밸리 기업 1만개 돌파 기념식’에 참석해 ‘수출의 다리’로 인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0여년이 넘도록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