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자폐, 남성이 4배나 많은 이유"… 성별 특이적 자폐 유전자 찾았다

[쿠키과학] "자폐, 남성이 4배나 많은 이유"… 성별 특이적 자폐 유전자 찾았다

동아시아인 자폐 유전조사 최초 규명
여성이 자폐 유전 민감도 낮아

기사승인 2024-10-27 12:00:07
성별 특이적인 자폐의 유전적 조성. 한국연구재단

자폐 유병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4배나 높다. 

때문에 자폐는 성별에 따라 다른 유전적 조성과 원인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주로 유럽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 자폐는 다양한 임상표현형을 포함하는 복잡한 스펙트럼이 있지만, 성별 차이가 동반되는 임상표현형에 따라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유전 분석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여성 자폐가 남성보다 적은 이유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안준용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유희정 교수, 기초과학연구원(IBS) 김은준 시냅스뇌질환연구단장, 도나 월링 위스콘신메디슨대 교수의 공동연구로 동아시아인의 성별에 따른 자폐 차이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국내 연구진이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동아시아 최대 규모 자폐가족의 코호트(Cohort)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별에 따른 유전적 차이와 성별 특이적 자폐 연관 유전자를 규명했다. 전장 유전체는 한 종의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DNA 염기들의 전체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동아시아인 자폐 가족의 코호트 전장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성 특이적인 자폐유전자 40개와 남성 특이적인 자폐유전자 403개를 발견하고, 여성과 남성 간 서로 다른 자폐 발생 메커니즘이 존재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특히 여성 자폐유전자는 주로 유전자 발현조절 핵심 요소인 염색질과 히스톤에 영향을 주는 반면 남성 유전자는 신경세포 간 소통을 주관하는 시냅스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자폐의 주요 유전적 원인인 신규변이와 양적유전점수(Polygenic Score)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확인했다. 

신규변이는 부모 세대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부모의 생식세포에서 발생해 자녀에게 전달되는 매우 희귀한 유전현상이다. 또 양적유전점수는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수천 개 이상의 유전변이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으로 발현될 확률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점수다.

연구팀은 이런 유전적 조성의 성별 차이가 지적장애 동반여부 및 자폐 주요 증상 중증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남을 밝혀냈다.

성별 특이적인 자폐 연관 유전자 네트워크. 네트워크 노드는 동일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들이며, 노드의 크기는 유전자 개수를 나타낸다. 노드간의 연결점 개수는 각 노드를 이루고 있는 유전자들간의 기능적 연관성을 보여준다. 남성 특이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는 하늘색, 여성 특이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는 분홍색, 공통 유전자는 노란색이다. 남성 특이적인 유전자는 시냅스 관련 기능을, 여성 특이적인 유전자는 유전자 발현 조절 기능을 수행한다. 한국연구재단

자폐성장애인의 양적유전점수는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군에서 낮게, 주요 증상의 중증도가 높은 군에서 높게 관찰되며, 지적장애와 고중증 자폐인의 남녀 비율에 따라 성차가 다르게 나타났다.

특히 연구팀은 여성 자폐인이 남성 자폐인보다 많은 신규 단백질 절단변이를 갖고 있음을 관찰했다. 단백질 절단변이는 단백질 생성에 문제를 일으켜 단백질 기능을 손상시킨다.

또 자폐성장애인의 여성 가족구성원들은 남성 가족구성원들보다 높은 양적유전점수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자폐의 주요 증상은 덜 심각하고 인지 및 적응 능력도 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폐 유전적 요소에 더 낮은 유전적 민감도를 갖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자폐성장애인은 지적장애가 동반되거나 주요 증상 중증도가 증가할 때 남성 대 여성 유병률이 감소했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 성차 의학의 기틀을 마련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자폐와 같은 신경발달장애의 정밀진단을 위해 성별과 임상적 특징을 모두 고려한 포괄적 접근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게놈 메디신’ 지난달 27일자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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