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된 25일 오전 10시 구로구의 한 종합병원. 60대 남성 김 씨가 키오스크로 진료비세부내역서를 뽑고 있었다. 김 씨가 뽑은 서류는 30여장. 김 씨는 “사진 찍어 보험설계사에게 보낼 것”이라면서 “전산처리가 된다는 말은 못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출력한 △진료비세부(산정)내역서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처방전은 25일부터 자동 청구할 수 있는 서류다. ‘실손24’ 앱으로 본인 인증을 해 청구하면 서류가 병원에서 보험사로 자동 전송된다. 다만 약제비 영수증과 진단서는 사진을 찍어 앱으로 보내야 한다. 약제비 영수증은 내년 10월 25일부터 자동 전송이 가능해진다.
실손24 앱을 활용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가 25일 시행됐다. 금융위원회가 ‘창구 방문과 복잡한 서류 없이’ 보험 청구 절차를 간편하게 앱으로 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것이다. 그런데 시행 첫날 현장에는 전산화를 잘 모르거나 할 수 없다고 여기는 병원 이용자가 많았다.
같은날 김 씨 옆 키오스크에서 진료비세부내역 등 서류를 출력한 60대 이 씨도 두꺼운 서류를 일일이 챙겼다. 집 앞에 보험사가 있어 직접 가서 서류를 낼 생각이라고 했다. 키오스크 사용에 전산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이 씨는 “전산화를 잘 알지 못하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병원 직원들도 청구 전산화에 관해 듣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같은 병원에서 환자들의 보험 청구 서류 발급을 돕던 원무과 직원에게 실손24 앱으로 청구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영수증과 진료비세부내역은 뽑아야 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워낙 (보험금 청구) 앱이 많아 이 앱은 처음 본다”면서 “앱에서 병원을 검색해서 나오면 청구가 가능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그러는 중에도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뽑으려는 이들이 직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 부스가 설치된 병원은 달랐다. 같은날 오전 11시 실손24 안내 부스가 설치된 여의도 성모병원. 에이전시에서 나온 직원들이 실손24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부스에 앉아 안내 직원의 설명을 들은 70대 여성 김 씨는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고맙다면서 팜플렛을 챙겨 일어났다. 팜플렛을 챙긴 또다른 환자는 “아들에게 보여주고 청구할 것”이라며 서류를 뽑지 않고 병원을 나갔다.
안내 부스 직원은 “환자들이 오늘 받은 진료부터 되는지, 약제비 청구도 되는지 많이 묻는다”면서 “환자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받은 건부터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부스에서는 안내 팜플렛을 나눠주고 앱 설치도 도왔다. 실제 보험금 청구는 개인정보가 관련돼 있어 환자의 몫이었다.
앱 설치를 돕는 안내부스는 다음달 2일부터 사라진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위탁받아 부스를 운영하는 아이메드 관계자는 “서울대학교병원, 중앙대학교병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운영 중이며 월요일부터는 강남 삼성병원에서도 운영 예정”이라면서 “서울대병원 부스는 오늘 종료되고 나머지는 다음주 금요일까지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산화 시행을 알리며 디지털소외계층을 위해 자녀나 부모, 제3자가 앱으로 대리청구를 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런데 대리청구를 하려면 환자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청자가 대리청구를 접수하면 당사자가 알림톡을 받아 본인확인을 하고 위임에 동의해야 한다. 당사자의 앱 사용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금융위는 전산화를 도입하더라도 병원의 행정부담이 가중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 병원 직원들은 환자의 보험 관련 서류 발급을 전담해 돕고 있었다. 전산화가 확대되면 환자들이 키오스크 사용법을 묻듯 실손24 앱 사용이나 처리를 병원 직원에게 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5일 기준 실손24 전산화를 도입한 병원은 210개였다. 도입 병원은 실손24 앱 참여병원찾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