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677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의 적절성 문제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국회 예결특위는 31일 국회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여야 측 진술인들과 예결위원들이 토론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건전 재정 기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감세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 재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각종 국제 안보 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면 방어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당장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후세에게 빚더미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며 “정부는 흔들리지 말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고 비판하며 세입 기반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강 민주당 의원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재량 지출 증가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결손과 맞물려 내수 위축과 경기 침체 가속화 위험이 크다”고 짚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재정으로 하강 국면인 경기를 진작하고 세입 기반을 복원할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술인으로 출석한 전문가들도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건전재정 기조로 전환은 국가의 경제적 안전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어려운 재정 운용 여건을 고려할 때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건전 재정과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재정 운용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힘을 실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예산안에서 20조8000억원 총지출이 증가한다. 이 중 의무지출이 18조2000억원이고, 재량지출은 2조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이라며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2.1%)를 고려하면 의무지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셈”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감세 정책으로 세수 결손이 일어났다는 것은 다 알려진 얘기”라며 “감세 정책은 충분한 복지 제공을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내수 위축 등 국가 성장잠재력도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번 정부 예산안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긴축적인 예산”이라며 “재량지출 증가율을 0.8%로 제한하는 긴축적 예산안에도 17조원에 달하는 감세 조치 때문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재정건전성과 감세는 동시에 잡을 수 없기 때문에 향후 5년간 18조원이 넘는 추가 감세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대규모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원재 랩2050 이사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전략적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며 “AI시대에 맞는 전환을 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안 심사 기한은 다음 달 30일까지다. 여야는 내달 7일과 8일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를 가지고, 11일과 12일에는 경제부처별 부별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13일과 14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심사를 가지며, 18일부터는 증·감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한다. 예결위는 29일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법정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지만, 벌써부터 여야의 입장이 팽팽해 올해도 시한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정부 예산안을 최대한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예고하면서다. 올해 예산안은 지난해 12월 21일에 처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