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상황에서 의료계가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재논의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의대생이 이탈한 가운데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구성과 향후 대정부 투쟁 방향 등을 발표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는 비대위원들이 결정한 의제이지만 이미 상당히 늦었다. 합의를 하든 합의를 하지 않든 의대 교육은 파행으로 돌아갈 것이고 이것이 1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정권이 10년 이상 가는 게 아니다. 2~3년 지나면 대통령과 장관이 물러나고 비서관들도 물러날 텐데 그땐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료계가 제시한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 방안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전날 의료계는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거나, 예비 합격자에 대한 선발을 축소해 정원을 줄이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2024학년도 대비 1509명 늘린 4565명으로 사실상 확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학 입시 요강과 고등교육법에 명시한 사안을 뒤집을 수 없는 데다가 지원자를 뽑는 학교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무조건 입학만 시키면 끝나는 게 아니다. 대학이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입학을 정지시키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교육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면 결국 환자들에게 장기적으로 큰 해가 될 것”이라며 “이 사태를 만든 당사자는 교육부인데 해결책을 의료계나 의사 단체에 묻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위원장은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협의하지 않았음에도 협의했다는 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점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 등을 지적하며 관계자 처벌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급격한 의대 증원은 10년 후유증을 낳을 것이다. 앞으로 그 책임을 누가 지는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를 신뢰할 조치를 해주시고 시한폭탄을 멈추게 해주신다면 현 사태가 풀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대 교수들도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의대 증원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으로 결정된 의대 증원 정책과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다시 한번 규탄한다”면서 “천문학적 예산을 무리해 쏟아붓기 전에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일으킨 정부 정책의 실패를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강행 중인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