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이 중립적 의료 심사 기구로서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의 법적 지위 확보를 추진한다.
18일 박경하 자배원 기획조정부 팀장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3회 자동차보험 의료세미나’에서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이하 손배심위) 위탁계약을 확대하고 중립적 의료 심사 기구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배심위는 자배원 산하 위원회로 중립적인 전문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중립적 의료심사기구다. 교통사고 피해자는 보험사와 손해배상액 산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제3의 의료기관에 의료자문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관련 정보가 부족해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정하기 쉽지 않았다. 이에 독립적으로 의료심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손배심위가 마련됐다.
자배원은 산하 중립적 의료심사기구는 2개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손해배상보장위원회 공제분쟁조정분과위원회(이하 공제조정위)와 손배심위다. 공제조정위는 사고 피해자와 공제조합 간 의료분쟁을 다루는 국가위원회다. 반면 손배심위는 사고 피해자와 보험사 간 의료분쟁을 다룬다. 공제조정위는 지난 2021년, 손배심위는 지난 2월 시행됐다. 이에 자배원이 손배심위 확대와 법적 지위 확보를 추진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손배심위 확대의 필요성이 의료심사 증가에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공제조정위가 설치된 2021년 접수된 의료 심사는 월 평균 8.5건이었다. 2022년에는 18.3건, 지난해에는 24.6건으로 늘었다. 올해 9월까지는 월평균 24.2건 수준이었다. 지난 2월부터 손배심위에 접수된 의료심사 건수도 월별로 점진적 증가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처음으로 5건을 넘겼고, 지난달에는 10건이 접수됐다. 박 팀장은 “생명보험사 위탁계약을 추진 중”이라면서 “손해보험사 위탁계약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지급 기준 마련에 활용되는 맥브라이드식 장해평가표 개선에도 자배원이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사고 피해자의 노동능력 상실을 평가하는 기준인 이 표는 1963년판이다. 박 팀장은 “오랫동안 상해등급이나 후유장애 등급에 대해 개정하지 않았다”면서 “내년에는 자배원이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손배심위가 다뤘던 의료심사 사례를 보면 사고 피해자와 보험사가 의료기관에서 들은 소견이 모두 틀리기도 한다. 만 17세 청소년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어깨 부위 골절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골절이 아니라 성장판이라고 반박했다. 자배원이 전문의학회 추천을 받아 자체 자문위원회 검증을 거친 손배심위의 의견은 달랐다. 골수와 혈관 통로 같은 정상 구조물이라는 것이었다.
박 팀장은 “자동차보험 관련 지식이 없는 주치의가 과장되거나 과소된 진단서를 발급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내년 중에 전문의를 대상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손배심위나 공제조정위 심사 제도의 인력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