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포스코 노사 갈등, ‘창사 첫 파업’ 현실 되나

깊어가는 포스코 노사 갈등, ‘창사 첫 파업’ 현실 되나

- 포항·광양 사업장서 파업 출정식, 19일 상경투쟁 예고
- 勞 “돈 문제 아닌, 쟁의행위 참여한 조합원 처우 더 높아야”
- 위원장 연임, 그룹사·협력사 노동자 지지…결집력 높아져

기사승인 2024-12-09 06:00:04
지난 2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동조합이 경북 포항제철소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 노조 

포스코 노동조합이 포항·광양 등 주요 거점에서 각각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본격 절차에 돌입하면서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룹사·협력사 노조가 힘을 싣는 등 결집력 또한 높아져 파업 직전 극적으로 타결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 노조는 지난 2일과 3일 각각 경북 포항제철소와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1시간30분가량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노사 교섭 경과 보고, 연대사,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 겸 쟁의대책위원회 의장 투쟁사, 구호·파업가 제창 등 일정이 진행됐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격려금 3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하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앞서 12차례 임금교섭 결렬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는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찬성률 72.25%로 가결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파업 출정식 이후 노조는 오는 19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서울 포스코센터 상경투쟁까지 예고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모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포스코 최초의 준법투쟁이 될 것”이라며 “휴일인 조합원은 자발적으로 참석하며, 근무 중인 조합원은 연차를 사용, 교대근무 조합원은 대체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임금단체협상은 기본급 등 임금 문제 이외의 요소들이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양측은 실무 교섭 등 대화를 통해 기본급, 격려금 등에 대한 간극은 어느 정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안에 대해서는 점차 의견이 맞아가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노조 탈퇴 종용에도 남은 조합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며 “특히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비조합원 대비 혜택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4월 당시 노조는 “회사가 탈퇴를 종용해 45일간 조합원 2300여 명이 탈퇴하고, 지난해 1만2000여 명이던 조합원 규모도 88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며 사측을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고발한 바 있다.

이후 김성호 위원장이 지난 10월 제20대 임원 선거에서 82%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노조는 결집력을 더욱 강화했다. 포스코 노조위원장 연임은 지난 2018년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첫 사례다.

그룹사·협력사 노동자들도 포스코 노조를 지지하고 있다. 포스코DX노조, SNNC노조, 포스코엠텍노조,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노조 등으로 구성된 포스코그룹노동조합연대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 노조의 2024년 임금교섭과 단체행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포스코의 임금 인상은 그룹사, 협력사 등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 기준이 되고 포항과 광양지역 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포스코의 임금교섭 승리를 바탕으로 지역 소상공인 경제 발전을 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 부진 장기화로 노조 측 요구를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나, 최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두 차례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 등 노조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연내 타결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쟁의행위를 결코 가볍게 결정한 것이 아니며, 그럼에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망설임 없이 나아가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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