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불씨 살리는 심폐소생술…일반인 시행으로 생존율 70%↑

생명 불씨 살리는 심폐소생술…일반인 시행으로 생존율 70%↑

질병관리청·소방청, 제13차 급성심장정지조사 심포지엄 개최
심폐소생술 일반인 수행률 2013년 9.1%→2023년 31.3%
심폐소생술 시 생존율 1.7배, 뇌기능 회복률 2.3배 증가
“장소 따라 따른 AED 사용률 높이기 위한 방안 필요”

기사승인 2024-12-09 06:00:07
오진희 질병관리청 건강위해대응관 국장이 지난 4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강당에서 열린 ‘2024 급성심장정지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이 증가세를 그리면서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뇌기능 회복률도 상승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손상예방센터 설립과 함께 일반인 심폐소생술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은 지난 4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강당에서 열린 ‘2024 급성심장정지 심포지엄’에서 지난해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과 그에 따른 생존율, 뇌기능 회복률 등을 파악한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 향후 급성심장정지 조사 및 교육 방향, 지역기관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질병청, 소방청은 119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한 급성심장정지 환자를 전수 조사하고 생존율을 제고하기 위해 ‘급성심장정지 조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급성심장정지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등 질환, 외상 등으로 인해 심장의 활동이 저하된 상태를 아우른다.

전은희 질병관리청 손상예방정책과장은 지난 4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강당에서 열린 ‘2024 급성심장정지 심포지엄’에서 지난해 실시한 급성심장정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관리청 

일반인 심폐소생술 늘자 생존율 증가…AED 사용률 개선은 숙제 

지난해 급성심장정지 환자는 총 3만3586명으로, 인구 10만명당 65.7명이다. 성별로는 여성(35.4%)보다 남성(64.5%)에서 빈도가 높았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이 커졌는데, 70세 이상 환자가 53.4%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주요 발생 원인을 보면 심근경색, 부정맥, 뇌졸중 등 질병에 의한 경우가 76.7%에 달했다. 추락, 운수사고 등 질병 외 요인으로 인한 사례는 22.7%였다. 급성심장정지가 일어난 장소는 가정이 47%로 가장 많았고, 구급차 안(8%), 요양기관(6.4%), 도로·고속도로(5.7%), 상업시설(5.6%) 등이 뒤를 이었다. 

눈여겨볼 점은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에 따라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과 뇌기능 회복률이 뚜렷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비율은 지난 2013년 9.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1.3%를 기록했다. 병원 도착 전 일반인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경우 환자의 생존율은 13.2%로, 시행되지 않았을 때(7.8%)보다 1.7배 높았다. 뇌기능 회복률도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이 이뤄진 경우 9.8%에 달했지만, 시행하지 않은 경우 4.2%에 그쳤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전은희 질병청 손상예방정책과장은 “학교 교육을 보강하고 심폐소생술 체험 행사를 확대하는 등 인식 개선 노력을 전개해 지난 10년간 일반인 심폐소생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생존율과 뇌기능 회복률도 개선됐다”면서 “앞으로도 심폐소생술 시행률을 높이기 위해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심폐소생술과 함께 AED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조규종 대한심폐소생술협회(BLS) 회장은 “우리나라는 2011년 ‘응급의료에 의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300인 이상 사업장, 공공장소 및 다중이용시설에서 AED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지만 지난해 사용률은 0.74%로 1%를 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ED는 심장정지 상황에서 심전도 분석을 통해 자동으로 충격을 가하고, 심장 리듬을 회복시킨다. 손으로 계속 압박하는 것보다 강력한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심정지 발생 뒤 4분 안에 사용하면 생존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터미널이나 기차 대합실 등 공공장소에선 AED 사용률과 그에 따른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주택가, 공공기관에서는 사용률이 떨어졌다”며 “공공기관은 야간에 문을 닫아 사용할 수 없고, 아파트는 주민이 아니면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장소별로 사용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AED 배치와 교육 부문에서 이를 반영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일 열린 ‘2024 급성심장정지 심포지엄’에서 ‘생명을 구하는 순간, 당신의 심폐소생술 스토리’ 공모전 시상식을 진행했다. 질병관리청

‘스토리 공모작’ 첫 시상…손상예방중앙센터 통해 사업 확장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올해 처음 실시한 ‘생명을 구하는 순간, 당신의 심폐소생술 스토리’ 공모전 시상식이 이어졌다. 수상작은 총 3개로 대상과 수기 우수상, 영상 우수상이 선정됐다.

대상 작품은 ‘우리가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이유’라는 주제로 아이, 장애인 등을 지키고 돕고자 하는 사연 등을 담았다. 수기 우수상 작품은 ‘산을 넘어 다시 삶으로’라는 이름으로 산행 중 쓰러진 남성을 심폐소생술하며 느낀 경험을 넣었다. 영상 우수상 작품은 심폐소생술에 대해 쉽고 재밌게 알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방법을 랩으로 만들어 영상화했다. 이들 수상작은 질병청 누리집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 게재되며, 대국민 홍보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질병청은 심폐소생술 교육, 홍보 등 ‘손상 예방’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오진희 질병청 건강위해대응관 국장은 “내년 1월 손상예방법 시행에 따라 손상예방중앙센터가 설치된다”라며 “17개 시도 지역손상관리센터를 마련하고 질병청 산하 5개 권역별 대응센터와 협력해 급성심장정지를 비롯한 중독, 재해, 외상 등 손상 예방을 위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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