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부터 투표 불성립으로 인한 탄핵소추안 폐지까지, 격동하는 정세 속 ‘오징어게임 시즌2’가 베일을 벗는다.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1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이하 ‘오징어게임2’)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배우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조유리, 황동혁 감독이 참석했다.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오징어게임’으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이 다시 연출, 각본, 제작을 맡았다.
‘오징어게임2’ 핵심 테마는 OX 투표 시스템이다. 황동혁 감독은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는 분열, 갈등, 증오 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시즌1에서 잠깐 소개됐던 ‘게임을 계속 할 것인가’ 찬반 투표가 게임마다 진행되며 중요하게 다뤄진다”며 “요즘 투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나. 미국도 얼마 전에 대선이 끝났고, 현실과 연결시켜서 보면 재밌는 지점이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징어게임2’는 반가운 얼굴 이정재, 이병헌, 위하준, 공유에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조유리 등이 새롭게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이정재는 게임 주최자를 찾아 모든 것을 끝내려는 게임 체인저 기훈으로, 이병헌은 기훈과 대립하는 프런트맨으로 시청자를 다시 만난다. 위하준 역시 시즌1에 이어 프런트맨인 형 인호의 흔적을 쫓는 준호 역을 맡았다. 이들 중 이병헌은 “시즌1에서 게임을 총괄하는 기능적인 역할로서 존재했다면, 시즌2에서는 프런트맨의 전사가 설명된다”며 “인간에 대해 기훈과는 판이하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기훈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깨달음을 주려고 한다”고 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임시완은 암호화폐 투자 방송 유튜버 명기로, 강하늘은 해병대 출신이라고 떠벌리는 대호로 변신한다. 박규영은 북에 두고 온 어린 딸을 찾기 위해 돈을 모으는 노을로, 이진욱은 혈액암에 걸린 딸의 치료비를 위해 게임에 참가한 경석으로 분한다. 이밖에도 도박 빚을 진 용식은 양동근이,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용식의 엄마 금자는 강애심이, 기훈의 오랜 친구 정배는 이서환이, 잘못된 투자 정보를 믿었다가 거액을 잃은 준희는 조유리가 연기한다.
작품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트랜스젠더 현주 역은 박성훈에게 돌아갔다. 현주는 시즌1부터 놓치지 않았던 마이너리티에 대한 이야기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황동혁 감독은 “현주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인물이 될 것 같다”며 “아비규환의 게임 세상에서 가장 핍박받고 소외당하면서도 인간의 무언가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황동혁 감독은 이처럼 많은 등장인물의 매력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명 한 명 어떻게 살려내는지가 관건이다. ‘보시는 분들이 감정을 이입하고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정해진 분량 안에서 어떻게 만드느냐’를 가장 많이 신경 썼다. 각각 포인트가 잘 보인다면 사랑해 주실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병헌 역시 ‘오징어게임2’의 힘은 인물들의 서사라고 봤다. 그는 “시즌1이 화제가 된 것은 전개가 상상을 초월하고 예상 불가능한 상황이 연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즌2는 충격이 덜할 수도 있지만, 많은 인물이 있는 만큼 더 많은 스토리가 있다. 시즌2를 이끌어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OX 투표 시스템’ 소재를 설명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간접적으로 언급한 황동혁 감독은 현시점에 작품을 공개하게 된 심정을 솔직하게 밝혔다. “마음이 무겁다”며 입을 연 그는 “계엄 발표를 믿을 수 없었고, 새벽 내내 안 자고 TV를 봤다. 그제 벌어진 탄핵 투표도 생중계를 계속 지켜봤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을 자지 못하고 거리로 나가고, 불안, 공포, 우울로 연말을 보내는 것이 국민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황동혁 감독은 “탄핵이든 하야든 책임을 질 분이 책임지셔서, 행복한 연말을 국민에게 돌려주길 바란다. 조속히 이 사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갈등, 분열 등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며 “이 작품을 보는 것은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동떨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주변과 세상을 돌아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징어게임2’는 오는 26일 처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