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몰랐던 ‘비상계엄 선포’…수어통역·재난문자 없어 혼란

장애인들은 몰랐던 ‘비상계엄 선포’…수어통역·재난문자 없어 혼란

기사승인 2024-12-11 06:00:07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KTV 국민방송을 통해 송출된 화면에는 수어 통역, 해설방송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KTV 영상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장애인들이 관련 정보 취득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어 통역이나 자막이 제공되지 않은 데다 재난문자도 발송되지 않은 탓이다. 

10일 대통령실, 정부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전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KTV 국민방송을 통해 송출된 윤 대통령 비상계엄 담화 화면에는 수어 통역, 해설방송 등이 제공되지 않았다.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청각 장애인들은 더 큰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청각장애인(농인) 부모의 자녀 모임인 코다코리아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기습적으로 진행된 특별 담화 생중계에선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고 문자 통역 또한 제한적이었다”면서 “소식을 먼저 접한 농인의 자녀는 급히 농인 부모에게 연락해야 했다. 혼란스럽게 전개되는 상황을 농인 부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농사회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수어·문자 통역이 왜 제공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비상계엄이 무슨 뜻인지 설명하는 영상이 주로 공유되고 있다”며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종료됐지만 농인을 포함한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닥친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호소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경우 계엄 선포조차 수어 통역이 되지 않고, 자막이 나오지 않아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면서 “비상계엄이 전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전시 상황이었다면 이분들이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어떤 상황인지 판단하지 못했을 수 있겠다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점도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에서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기능을 주로 이용하는데, 재난문자 자체가 오지 않아 정보 격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계엄령 선포가 발송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현재 재난문자 발송 기관에서 국방부를 포함하거나, ‘계엄 상황’에 대한 추가 운영 기준을 만드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매뉴얼을 정립하는 데까진 시간이 걸려, 2차 비상계엄이 선포될 경우 재난문자 발송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는 정부 브리핑 시 수어통역사를 대동하고, 문자 통역도 필수로 송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 최초로 미국에서 장애학을 공부한 학자로 알려진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수어 통역, 자막 제공이 되지 않아 장애인들은 정보 접근이 어려웠다”면서 “정부 브리핑 시 장애 특성에 맞는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할 인력이 24시간 상주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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