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국가산업단지’ ‘서울 유일의 정보통신 산업단지’ 이런 명성 뒤에는 ‘출퇴근 지옥’ ‘교통 헬게이트’라는 별명이 숨겨져 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일대 이야기다. 약 1만개 기업이 가산동에 둥지를 틀었다. G밸리가 5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산은 단연 ‘교통체증’ 해소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G밸리 2단지 사거리부터 ‘수출의다리’를 지나 철산교 사거리까지 약 1km 구간을 통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비교적 차량 통행이 적은 평일 낮에도 차량 정체는 계속된다. 서쪽으로 광명시, 남쪽으로는 안양시와 경계를 이루는 금천구는 교통량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G밸리 근로자들과 금천구 및 광명시 주민들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시민들은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여러 방면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 행렬은 도로 위 안전까지 위협한다. 경기 안양에서 가산동으로 출퇴근하는 김모씨는 “차로가 협소하고, 차량이 많기 때문에 막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며 “한번 도로가 막히면, 이 근방 교차로는 무조건 꼬리를 문다. 신호와 관계없이 차량, 오토바이, 행인들이 혼재돼 움직인다”고 토로했다. 꼬리물기 관행은 가산동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된 분위기다.
서울시와 금천구, 경찰은 가산동 교통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수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금천구는 지난 2014년부터 가산 교통 개선을 위해 여러 번의 타당성 조사와 실시계획을 수립했다. 10개의 추진 사업 중 첫 삽을 뜨지도 못하고 엎어진 사업도 6개다. 통과해야 하는 행정적 절차와 예산, 기술적 한계, 공사 과정 등은 발목을 잡는다.
서울시는 고가 개선과 교량 신설 등을 검토 중이다. 도로계획과 과장 A씨는 “광명에서 넘어오는 교통량도 많고, 빌딩 입주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 도로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수출의다리 인근 구조 개선과 함께 북측과 남측에 교량을 만드는 것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교량 신설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타당성 조사를 통과할지가 불분명하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500억원이상 지방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은 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A씨는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문제는 부지와 기존 도로 폭이 좁다는 점”이라며 “2차로로 신설하는 것이 최대”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교량은 4차로나 6차로 형태다. 2차로의 교량은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가산동 일대는 도로 주변으로 아웃렛과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어 도로 시설 확충에 어려움이 있다.
금천구의 걱정도 마찬가지다. 장기환 교통개선정책팀장은 “도로를 확장할 만큼의 땅이 확보돼야 하는데, 과거에 이런 계산 없이 (건축) 허가를 내줬다”며 “꽉꽉 들어차게 건물을 지었다. 건물에서 나오는 교통량은 약 1000대 이상이다. 공간이 확보돼야 다리를 만들 텐데, 지금은 공간이 없어 예산이 있어도 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가산동 일대는 국가산업단지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관리하는 구간이다 보니 자치구가 대응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추진 중인 사업들의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및 친환경 공간 조성 공사’와 ‘디지털3단지~두산길 간 지하차도 사업’은 공사를 착수한 상황이다. 벚꽃로도 기존 2~3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공사는 오는 2026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길 지하차도 사업은 오는 2029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천구는 개통 시기에 맞춰 교차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장 팀장은 “서부간선도로가 일반도로화되면 신호등과 교차로를 만들 수 있다. 금천구는 6개 지점에 교차로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한 곳밖에 없었던 서부간선도로 진출입로를 분산시켜 중간 유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교차로와 횡단보도 신설을 통해 안양천 접근성을 개선하고 그동안 자동차 전용도로로 직접 진출입이 안 됐던 구간에 진출입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자체가 교통 개선에 집중한다면, 경찰은 시민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서장원 금천경찰서 교통과장은 “교통 관련 사업을 주관하는 곳은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관할 구청, 또 크게는 서울시와 협업해 교통 체증 해소 관련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금천구를 총 4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 특성에 맞는 교통 관리와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천구는 서부간선도로 내 사고 발생 시 출동 골든타임 확보도 고심하고 있다. 서 과장은 “편도 2차선에 10km가량 되는 서부간선지하도로 같은 경우는 현재 영등포경찰서 관할이다. 차량 정체 시 사고 발생 시 갓길이나 차량 사이로 출동하고 있다”며 “서울도시고속도로 사업소에서 차량 진입을 차단할 경우 도보로 출동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통 개선 사업은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찰과 지자체는 각자의 방법으로 단기적인 교통 개선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출근 시간대 교통이 혼잡한 구역 총 4개소를 지정해 교통경찰을 배치하고 있다. 교통 순찰차도 3대가 투입된다. 금천구도 지난해부터 퇴근 시간대 교통정리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밖에 서울시는 신호체계를 조정하는 중이다. 서울시 측은 "교통운영과에서 막히는 구간 신호를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진 차량보다 좌회전 이용 차량이 많으면 좌회전 신호를 더 주는 식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가산동 교통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교통체계 개선 타당성조사 용역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수출의다리 및 인근 교차로 개선방안과 관련 사업 등을 검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