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국민의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담화 직후 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 필요성을 강조하자 친윤석열계(친윤계)는 반발했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 기조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당내 이탈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와 친윤계의 대립은 전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수사든 탄핵이든 당당히 맞서겠다”며 하야 및 조기퇴진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권 행사는 사면권 행사와 외교권 행사와 같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윤 대통령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의원들에게 제안했다.
이에 대해 친윤계에서는 고성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고 재판도 진행되지 않았는데 당대표가 내란죄라고 단정하는 건 조금 서두른 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맞섰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도 “(윤 대통령이)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씀이냐”고 항의했다.
한 대표는 의원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대통령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데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고 밝히면서 연단에서 내려왔다.
일부 의원들은 사태가 끝난 뒤 한 대표와 친윤계의 갈등에서 한 대표가 잘못했다며 공개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함부로 내란죄 자백을 운운하는 한 대표의 언행은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다”며 “이런 때는 우리 모두가 더 무거워져야 한다”고 전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를 겨냥해)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우리 스스로 탄핵하는 건 비겁한 정치”라며 “나 살자고 대통령을 먼저 던지는 건 배신의 정치”라고 지적했다.
다만 친윤계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반헌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은 끝까지 감싸면서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당대표에 대해선 최소한의 존중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국민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당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가 탄핵안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이탈표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권성동 의원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34명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 대표 인사말 직후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선 권 의원이 72표를 얻어 당선됐지만 김태호 의원에게 34명의 표가 갔다. 권 의원은 앞서 탄핵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에 이에 대한 반발표로 평가될 수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2일 쿠키뉴스에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34표가 김 의원에게 갔다. 친한계 내지는 범친한계로 볼 수 있을 거 같다”며 “여기서 이탈표가 나올 거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