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가능성, 일상에서 낮춰야…“가족력보다 기저질환이 훨씬 더 위험” [쿠키인터뷰]

뇌졸중 가능성, 일상에서 낮춰야…“가족력보다 기저질환이 훨씬 더 위험” [쿠키인터뷰]

조현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인터뷰
급성 뇌경색 골든타임 4시간30분…“혈전용해제로 후유장애 최소화”

기사승인 2024-12-23 06:00:07
조현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뇌졸중은 조기 검진과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조절 가능한 요인을 관리해 위험을 낮춰야 합니다.”


최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조현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을 일으키는 대표적 위험인자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복부비만 등을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위험인자는 나이, 가족력 등 거스를 수 없는 요인과 달리 식습관 개선, 주기적 운동을 통해 다스릴 수 있으며, 이는 뇌졸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일부 환자는 가족력이 있다면서 걱정을 많이 하는데, 조절이 가능한 기저질환에 따른 뇌졸중 발생 위험이 훨씬 더 크다”면서 “대부분의 경우 조기 검진과 관리를 병행해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발생하는 질환으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뇌졸중의 80%)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뇌졸중의 20%)로 구분한다. 국내 사망 원인 4위에 오를 정도로 빈도가 높은 뇌졸중은 매년 13만~1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뇌졸중은 생명, 후유장애와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예방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조 교수는 “우리의 뇌는 신체 모든 신경기능을 통합해 컨트롤 한다”며 “어느 부분이 손상되느냐에 따라 뇌졸중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짚었다. 이어 “특징적인 증상은 한 부위에 국한된 신경학적 장애가 일어난다는 것”이라며 “편측 마비, 편측 감각 이상, 한쪽이 안 보이는 시야 장애 등이 대표적이고 균형 장애나 어지럼증, 심한 두통도 뇌졸중의 증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조 증상 없이 뇌졸중이 생기는 사례도 많다. 따라서 뇌혈관 기형, 협착, 폐색, 동맥류 여부를 미리 살피는 게 도움이 된다. 심장이 정상적인 리듬을 갖지 않고 빨리 또는 느리게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인 부정맥도 경계해야 한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방이 효과적으로 수축하지 못하면서 심방 안에 혈액이 정체되고 이는 혈전(피떡)이 된다. 혈전이 대동맥을 거쳐 뇌혈관에 이를 경우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은 뇌경색 발생률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은 느닷없이 나타난다. 조 교수는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힘이 빠지거나 수년 전부터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 또 늘 전신에 힘이 없고 손발이 떨리는 거라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낮다”면서 “잠자리 들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말이 어눌해졌다거나 샤워를 하고 나오다가 오른 팔다리에 힘이 없어 넘어졌다면, 기존에 없던 증상이 갑자기 분명하게 나타나는 상황으로 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시점엔 곧바로 뇌졸중센터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최근 조 교수가 진료실에서 마주한 김형식(가명·34)씨는 “갑작스레 왼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다리를 약간 끌며 걷게 되고, 물을 마실 때 왼편으로 물이 새는가 하면 말이 어눌해졌다”면서 “나이가 젊으니 뇌졸중일 줄은 모르고 곧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서 힘이 더 빠지는 것을 느꼈고, 증상 발생 18시간 뒤 신경과 외래 진료를 봤다. 김씨는 평소 술과 담배, 배달음식을 즐겼다. 몸무게는 120kg이었으며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김씨는 병원을 늦게 찾아 혈전 용해술이나 제거술을 받지는 못했다. 조 교수는 “다행히 뇌병변이 작고 큰 뇌혈관에 폐색이 없어 보존적 치료를 진행했고, 입원 후 진단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복부비만을 관리하며 적극적 재활치료를 이어갔다”면서 “한달 후 왼쪽 팔다리 힘이 이전에 비해 약간 떨어지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체 뇌졸중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급성 뇌경색의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은 4시간30분이다. 증상 발생 후 4시간30분 이내에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일 수 있는 혈전 용해제(tPA)를 정맥 안에 투여해야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큰 뇌동맥이 막혔다면 동맥 안에 기구를 넣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시술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뇌경색의 발생 범위와 폐색된 혈관의 크기, 신경학적 장애 정도, 환자의 기저 질환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골든타임 이후에 내원하더라도 시술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시술을 받지 못해도 보존적 치료를 통해 신경학적 장애의 정도를 줄이거나 진행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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