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에서 2형 당뇨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구입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보류된 채 남아있다. 일각에선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해당 급여가 적용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속혈당측정기 건강보험 급여 지원안은 해를 넘겨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임신성 당뇨 환자에 대한 연속혈당측정기 지원은 올해 시작했다”며 “2형 당뇨 환자들에 대한 지원 부분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건보공단은 올해 7월을 목표로 제2형 당뇨 환자와 임신성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연속혈당측정기’와 ‘연속혈당측정기센서’ 2개 품목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건보공단은 4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임신성 및 제2형 당뇨환자 당뇨병관리기기 건강보험 세부 기준 검토’ 용역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9월 공단은 임신성 당뇨 환자를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지원을 확정했다. 지원 금액은 현행 성인 1형 당뇨 환자와 같은 수준인 일당 1만원, 공단부담률은 70%으로 결정했다. 2월에는 1형 당뇨 소아 환자에 대한 급여 지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반면 2형 당뇨 환자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위기로 인해 2형 당뇨 환자 지원책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형 당뇨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건강보험 확대안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연속혈당측정기 급여 지원을 국정 과제로 삼고,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윤 정부의 실질적 국정 관리가 멈춰서면서 지원 방안 역시 추진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2형 당뇨병 환자 환우회인 당뇨와건강의 염동식 회장은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로 인해 환자들의 실망이 적지 않다”며 “정책이라는 게 곧잘 바뀌다 보니, 급여 확대 지원책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야 다시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기획이사)는 “2형 당뇨 환자 중 인슐린 투여자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지원하면 기존 1형 당뇨 소아 환자를 포함해 재정 부담이 2배 이상 늘어난다. 결국 재정에 달려있다”면서 “당장 내년에 정부가 어떻게 바뀔지, 어떤 식으로 개편될지 알 수 없어 예산 변동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정부 기조가 바뀌면 지원책 또한 방향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간 정부와 학회가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던 사안인 만큼 두고 봐야 할 일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2형 당뇨 환자의 효율적인 혈당 관리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당화혈색소 6.5%를 기준으로 혈당 조절 목표에 도달한 노인 당뇨병 환자는 10명 중 3명에 그쳤다. 20~30대 청년층 당뇨병 환자도 조절률이 30% 내외였다. 전반적으로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속혈당측정기가 2형 당뇨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은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클리브랜드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연속혈당측정기가 심혈관질환 위험요소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 전체 환자의 평균 혈당이 기존보다 30mg/dL 이하로 낮아졌고, 목표 범위 내 비율도 57.8%에서 82.8%로 크게 상승했다. 더불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감소하고 체질량지수, 혈압도 줄어들었다.
이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2형 당뇨 환자 중에서도 인슐린 주사제를 투여 받는 사람들에게 집중돼 있다”며 “특히 하루에 2회 이상 인슐린을 투여하는 환자들에게 혈당 관리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처음 연속혈당측정기 급여를 인정 받았던 소아 1형 당뇨 환자 데이터가 잘 도출된다면 2형 당뇨 환자에 대한 급여 지원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인슐린을 투여하는 2형 당뇨 환자 대부분이 고령층인 만큼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통한 입원율 감소 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처음 신설하는 급여 기준이라 정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유효성 있는 데이터를 도출하고 이를 정부가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원이 확대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