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요.” 올 연말을 뜨겁게 달군 임영웅발(發) 유행어다. 탄핵 정국에도 정치에 무관심한 그를 지적하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 대한 답장이었지만, 단순 트로트 가수가 아닌 국민적인 인기를 끄는 ‘대중가수’의 말투라기엔 지나치게 날것이라 밈(Meme)처럼 소비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대중가수’란 무엇일까. 대체 어떤 직업이기에 메시지 하나가 이리도 입에 오르내리는 걸까. 임영웅의 소속사는 왜 사실 여부 확인조차 해주지 못하는 걸까.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 고용24 누리집 내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대중가요를 부르는 사람이다. 이 정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임영웅은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가수 이승환의 ‘대중가수’ 뜻풀이는 기존의 것과 차이가 있다. 26일 팟빵 ‘매불쇼’에 출연한 그는 대중가수로서 대중의 의견을 따라가는 게 사명이라고 했다.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자’라는 제한을 두지 않고, 공인으로서 많은 이의 목소리를 대신 내는 것까지 자신의 역할이라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탄핵 집회에 참여하는 팬들을 위해 음식과 핫팩을 지원한 가수 아이유도 이승환이 말한 ‘대중가수’에 포함된다. 명확히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선결제 관련 소속사 공지 중 “추운 날씨에 아이크(응원봉)를 들고 집회에 참석해 주변을 환히 밝히고 있는 유애나(팬덤)”이라는 표현에서 진의를 짐작해 볼 순 있다.
물론 집회에 힘을 보태야만 ‘대중가수’인 것은 아니다. 결국 이승환의 자의적인 해석이며, 사전적 정의에 언급도 되지 않는 사항이다. 또 ‘대중’의 일부는 이들의 언행에 공감하지 못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집회를 지지한 연예인들을 비자 업무와 무관한 미 정보국(CIA)에 신고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보가 많은 응원을 받고, 임영웅의 침묵을 향한 질타가 이어지는 분위기는 부정할 수 없다.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연 취소까지 당한 이승환도 연예인에게 정치 성향 공개를 강요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임영웅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리고 이 시선은 2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 ‘임영웅 리사이틀’을 개최하는 임영웅의 입에 쏠려 있다.
임영웅은 이번 공연에서도 ‘대중가수’로서 뛰어난 직무능력을 증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최근 논란에도 고척스카이돔을 찾는 팬이라면, 그가 보냈다고 추정되는 메시지와 그간의 묵묵부답이 불편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뛰어난 가창력과 무대매너를 자랑하는 그의 공연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도 남을 터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남는 씁쓸함과 찝찝함은 또 다른 대중의 몫이다. 임영웅은 이승환, 아이유를 비롯해 여러 스타가 만들어가고 있는 ‘대중의 즐거움’의 광의적 개념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음 편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세상’ 역시 ‘대중의 즐거움’에 포함된다. 이는 정치색과 별개의 문제다. 다수가 즐거울 수 없는 세상을 방관할 참이었다면, 적어도 “제가 정치인인가요?”라는 반문은 하지 말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