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배 불리는 비급여·실손 개혁안”…의협·시민단체 철회 요구

“보험사 배 불리는 비급여·실손 개혁안”…의협·시민단체 철회 요구

의협 “국민 건강권·재산권 침해하는 위법적 정책”
참여연대 “의료민영화 정책이라 불러도 과언 아냐”

기사승인 2025-01-10 16:20:56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 토론회’가 개최됐다. 신대현 기자

정부의 비급여·실손보험 개혁안을 놓고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 보험사들의 이익만 키우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직무 정지로 기능이 정지돼야 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민들의 비급여 보장 내용을 축소하고, 재벌 보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엄중한 경고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전날(9일)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을 보면 정부는 도수치료 등 과잉 비급여 진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하고 환자 본인부담률을 90%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급여와 비급여 진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병행진료(혼합진료)는 환자가 진료비를 100% 부담해야 한다. 5세대 실손보험 계약자는 총 진료비의 81%를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해당 개혁안은 최종 검토를 거쳐 이달 중 발표되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의협은 정부 개혁안으로 인해 국민 의료비 부담이 늘고 적시에 적정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져 국민 건강권을 헤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국민 의료비 절감이라는 미명 하에 관리급여라는 제도를 신설해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면서 본인부담률을 90~95%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건강보험 네거티브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결국 비급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실손보험 제도 개편 방안은 국민들의 건강권,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법적 정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리급여란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진료 등에 대해 임상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 임시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도수치료 등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가격을 통제하면서 본인부담률을 90% 이상으로 높여 과다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4세대 보험 가입자가 평균 10만원가량인 비급여 도수치료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은 3만원(30%)만 내면 된다. 그러나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등재되면 본인부담금(90%)이 9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의협은 “과잉 비급여는 애초 보험사들의 상품설계에 따른 문제가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무시하고 획일화된 의료만 양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정부는 정책 과오를 인정하고 재벌 보험사들의 배만 불릴 것이 뻔한 실손보험 개혁 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도 정부는 민간 실손보험사의 민원 처리 기구가 아니라며 의료민영화 정책을 중단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리적 비급여를 축소해 공적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을 발전시키는 대신, 민간 보험사가 보험을 잘못 설계해 나타나는 손해를 정부가 나서서 줄여주려는 시도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개혁 방안은 국민들의 부담을 늘려 민간 보험사의 이익을 늘리는 데 방점이 맞춰져 있어 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이뤄지는 사실상 모든 의료행위에 비급여가 스며들어 있다. 지금은 비급여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민간 보험사의 손해를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의료행위 전반을 다시 검토해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를 가려내고 이를 통해 비급여 전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라면서 “이번 계획은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가격이 비싼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 급여로 우선 만든 후 평가하겠다며 도입된 선별급여 제도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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