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43)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신임 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됐다. 3연임을 노리던 이기흥 회장을 꺾고 ‘체육 대통령’에 등극했다. 당선 배경엔 그만의 도전적인 태도가 있었다.
유승민 후보는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결과 투표인단 1209명 중 417명의 선택을 받아 당선됐다. 투표권을 받은 2244명 중 120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기흥(70) 현 체육회장이 379표로 2위에 올랐다. 216표를 얻은 강태선(70) 서울시체육회장은 3위, 121표를 챙긴 강신욱(69) 단국대 명예교수는 4위를 차지했다. 오주영(40) 전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과 김용주(64)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은 각각 59표와 15표를 받아 5~6위를 기록했다. 무효표는 3표였다.
“기쁜 감정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먼저 느낀다”던 유 당선자는 “체육계는 수많은 현안을 떠안고 있다. 체육회장 혼자의 힘으론 풀기 어렵다. 체육인들과 손잡고 하나하나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회장의 임기는 이달 28일부터 4년 간이다. 유 회장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아경기, 2028년 LA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치르게 됐다.
유 당선자는 당초 이 회장이 우세할 거란 예상을 깨고 대이변을 완성했다. 체육계에선 이 회장이 현직 회장으로서 인맥을 다져놓은 점을 들어 이 회장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유 당선자는 적극적인 공약 소개 등 자신만의 강점을 어필했고 결국 체육회장 자리에 올랐다.
유 당선자는 체육계에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당대 최강’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땄다. 2016년에는 불리할 거란 예상을 깨고 IOC 선수 위원에 당선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쿠키뉴스와 만난 유 신임 회장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항상 불리했었다. 탁구 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리했던 적이 없었다. 불리하다고 포기할 수 없다. 어렵기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체육회장 출마 각오를 밝혔다. 그의 말처럼 유 회장은 경쟁자들보다 한 발 더 뛰었고, ‘학교체육 활성화 프로젝트’ 등 혁신적인 공약을 연달아 발표했다.
유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체육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전체적인 체육 및 체육인 인식 개선과 어린 아이들이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다.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환경은 더 열악해진다. 그런 부분을 체육인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흥을 꺾은 대이변에는 유승민의 도전 정신과 체육에 대한 진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