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 빠진 면세업계의 고민…고강도 체질 개선 나섰다

‘불황의 늪’ 빠진 면세업계의 고민…고강도 체질 개선 나섰다

롯데면세점, 업계 최초 중국인 보따리상 ‘거래 중단’
관광객 줄자…신세계면세점 부산점, 24일 영업 종료
업계, 수익성 회복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 고심

기사승인 2025-01-19 06:00:06
새해 들어 롯데면세점이 면세업계에서 처음으로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서울 롯데백화점 면세점 모습. 연합뉴스

면세업계가 불황이 장기화되자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며, 수익성 개선을 위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중단한데 이어 희망퇴직, 매장 폐점까지 고강도 생존 방안을 강구하는 모양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달부터 면세업계 최초로 따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은 지난해 12월 새로 부임한 김동하 대표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면세업계 정상화와 체질 개선 노력의 일환이다.
 
롯데면세점이 이러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처방에 나선 것은 누적 손실에 따른 존폐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그간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을 했지만 연속된 적자로 인해 이제는 주도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점진적으로 따이궁과의 거래는 중단하고, 중국 웨이상이나 개별 관광객 위주로 전략을 개편해 모객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의 연 매출에서 중국인 보따리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0% 수준이다. 그러나 재고 처리를 위해 상품 정상가의 40~50%를 수수료로 환급해야 해 판매량이 늘면 손실도 커지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이에 '따이궁 모시기' 출혈경쟁이 심해졌고, 면세점들은 2023년 1월부터 35% 안팎까지 수수료를 낮췄지만 이는 여전히 수익의 마지노선인 20%를 훌쩍 넘는 수치였다. 

이로 인해 면세점들은 손실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실적을 보면 지난해는 면세업계에서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한 해로 평가된다.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의 1~3분기 누적 영업손실 합산액은 1355억원에 달하며, 연간 영업손실액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은 따이궁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으로 채우기 위해 마케팅 부문을 복원하고, 마케팅전략팀과 자유 여행객(FIT)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했다.

다른 면세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생존을 위해 따이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 센텀시티몰에 위치한 부산점의 특허권을 반납하고 오는 24일 영업을 종료한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와 고환율 등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된 이유다.

부산점은 2026년까지 운영 예정이었으나 고객 감소로 입점 브랜드가 줄어 지난해 11월 영업 면적의  25%를 축소했다. 희망퇴직 신청이 몰리자 주7일 영업일을 주5일로 단축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점 폐점 이후 서울 명동 본점과 인천공항점 운영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신라면세점을 운영 중인 호텔신라는 지난해 하반기 창사 이래 첫 1328억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또 전형적인 재무통인 김준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면세(TR) 부문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현대면세점은 올해 본사 이전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강남구 대치동 무역센터점에 있는 사무실을 동대문점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보상 프로모션이나 여행사 제휴, 단독 상품 출시 등 수익성을 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개별 기업 차원의 자구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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