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위법성 판단 임박…트럼프, 한국부터 압박 나섰나

상호관세 위법성 판단 임박…트럼프, 한국부터 압박 나섰나

기사승인 2026-01-27 11:31:32 업데이트 2026-01-27 13:02: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조만간 예정된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성 판단이 이번 조치의 배경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다음 달 20일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의 위법성을 둘러싼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사법 판단을 앞두고 행정부의 관세 권한이 제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선제적으로 꺼내 들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재집권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을 펼쳐왔다. 이 법을 토대로 사실상 대부분의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관세 부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기업들과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12개 주 정부는 대통령이 비상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해 의회의 입법 권한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법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으며, 행정부는 이에 반발해 사건을 대법원으로 가져간 상태다. 

만약 대법원도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사실상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 이전에 관세 인상 카드를 먼저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법적 논란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관세 인상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을 통해 “우리의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협정에서 합의된 내용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인하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교역 상대국들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한국 국회는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과 나는 2025년 7월 30일 양국에 이익이 되는 훌륭한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협정 내용을 재확인했다”며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 협정을 승인하지 않은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입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는 관세 부과의 시점이나 기타 추가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한미는 자동차 등을 포함한 주요 품목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한다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담은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결을 의식한 선제 대응이라는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의식한 선제 대응이라는 분석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법 판단이 나오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등도 모두 영향을 받는다”며 “한국만 콕 집어 압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주요 관세 내용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사유와 시행 시점을 밝히지 않은 점도 짚었다. 그는 “무엇 때문에 관세를 올리는지, 언제부터 부과하는지가 빠져 있다”며 “일부러 모호한 메시지를 던져 한국이 여러 사안을 떠올리게 만들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투자 특별법 비준 지연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도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 투자위원회 구성과 사업 선정, 이후 45일 이내 투자 집행이라는 절차를 고려하면 특별법 미통과만으로 한국이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정확한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발언 자체를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만큼, 미국 측의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한 뒤 그에 맞춰 대응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상황이 급변하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조속히 미국에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