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무법천지 된 법원

폭동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무법천지 된 법원

尹 지지자들, 경찰관 폭행하고 판사 위협
경찰, 강도 높은 수사 예고…“엄정 대응”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행위”

기사승인 2025-01-19 16:55:47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 46명이 법원 경내로 무단 진입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창문이 깨진 채 방치돼 있다. 유희태 기자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이 ‘폭동’으로 부서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폭력 난동을 부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연행하고 엄중한 처벌을 약속했다.

이날 새벽 3시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서부지법 청사 후문 쪽 경찰 저지선을 넘어 법원 경내로 진입하거나 담장을 넘어 들어와 법원 창문과 현판, 외벽 등을 훼손했다. 경찰 방패나 경광봉으로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하고 담배 재떨이, 쓰레기 등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졌다. 경찰을 향해 소화기도 난사했다.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가 어디 있는지 찾기도 했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들이 서부지법을 습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지지자들의 저항이 거세자 경찰은 신체 보호복(진압복)을 입고 경찰봉을 갖춘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총 1400여명을 동원했고, 오전 6시쯤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 46명이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돼 일선 경찰서로 연행됐다. 전날 법원 담장을 넘는 등의 혐의로 체포된 40명을 더하면 이틀간 연행자가 86명에 달한다. 이들은 18개 경찰서에 분산 조사받고 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지지자 일부는 다시 서부지법 앞에 모여들어 경찰과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이 “미신고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고 경고 방송을 한 뒤 저지를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자 일부 지지자들은 흥분하며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이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전 긴급 지휘부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를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법원 등 관련 기관에 대한 경계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며 각 시·도 경찰청에 공공기관에 대한 보호와 폭력집회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법조계는 경악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서부지법 현장을 찾아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행위”라고 비판했다. 천 처장은 “TV를 통해 봤던 것보다 열 배, 스무 배 참혹한 현장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이와 같은 상황은 예상할 수도 없었고 일어난 바도 없었다”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는 판사 신변 위협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냈다. 천 처장은 “판사들이 신변 위협 없이 재판을 소신껏 독립적으로 할 수 있어야만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며 “판사들의 신변에 지장 없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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