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계엄사태 수습과 병행해 새로운 ‘국민적 신뢰 창출‘ 기회 모색해야 [박진호의 아웃사이트]

국방부, 계엄사태 수습과 병행해 새로운 ‘국민적 신뢰 창출‘ 기회 모색해야 [박진호의 아웃사이트]

-국방부 문민통제 강화 방안 및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운영 등 필요

기사승인 2025-01-20 14:39:57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세계 최고의 우수성을 인정 받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위상은 지난해 12월 3일 계엄사태로 심각히 추락했고 마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 처럼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반도 안보의 특수성 등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끊이지 않는 정쟁의 대상이었고, 정권 교체기마다 예외없이 예비역들이 주도하는 집단적 정치 행동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약화되었다.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본격화되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과연 대한민국 국군이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대로 재확립하지 않고서는 계엄사태로 추락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국방부는 작금의 전례 없는 정치적 혼돈 상황에서 계엄사태에 따른 내부적 현안 수습에 매몰되어 국군의 위상을 재확립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을 비롯해 유럽 및 중동 지역에서 안보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어 국방부가 감당해야 할 대내외적 정책 리스크는 속수무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한민국 대통령제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무신불립’의 각오로 국방부와 국군 역시 국가 권력 지형을 변형시킬 헌법 개정에 버금가는 재창군 수준의 내부적 혁신 없이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국군’으로 거듭나는 것은 더욱더 요원해 질 것이다.

첫째, 국방부의 문민통제 강화를 위해서 장관을 비롯한 실국장급 직위의 경우 예비역을 포함하지 않은 일반직 공무원 및 민간 전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충원되어야 하고, 방대한 국방부의 업무 분야를 고려할때 ‘제2차관제’ 시행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제2차관제 시행과 함께, 방위사업청과 국방부 간 정책 및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협업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조직 운영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한반도 분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국군 및 군 통수권 집행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군령이 아닌 군정의 문제’가 대부분이다.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채 해병 사망 사건, 갑작스런 병 봉급 인상으로 병사와 장교 간 복지 불균형 심화,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 수급 위기, 전력 자원 배분 및 집행의 비효율성 증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통합적 운영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사관학교의 교과과정을 보면 학기 기간 동안에는 사실상 일반대학의 교육과정과  큰 차이가 없고, 방학기간 동안에만 야외훈련(FTX)을 포함한 군사교육이 집중되고 있다. 각 군별 사관학교가 각 군 참모총장의 지휘 아래에 있기 때문에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은 이미 생도시절부터 각 군별 이기주의 형성의 뿌리가 되는 각 군별 차별화된 집단문화에 동화되는 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해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해병대 지원 생도들의 집단문화 형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합동 전투력 강화 차원에서 합동참모본부에 근무하는 육해공군 장교들의 비율을 조정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고 오히려 각 군별 이기적 정서를 조장하는 부작용도 있다. 

셋째, 국방력 운영 및 유지에 있어 민간 아웃소싱 뿐만 아니라 전시 상황에서 전시 동원에 참여하는 민간 규모 역시 대대적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인구절벽 위기를 해결하여 병력 수급 문제를 해소한다는 것은 최소 20여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안보 및 전장 환경의 심화된 복합성과 비대칭성을 고려하였을때 민군의 구분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한반도 안보 상황의 평화적 관리를 위해선 군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민의 역할 확대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넷째, 합동참모의장의 인사권을 ‘협의의 대상이 아닌’ 보장이 필요하다. 합동참모본부가 전시 상황을 전두지휘하고, 평시에도 전투력 운영, 유지 및 증강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합동참모의장이 합동참모본부 근무자에 대한 인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면, 국군방첩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등이 조직의 특수성을 인정받아 사실상 자체적 인사권을 보장받고 있는 것은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다섯째, 방위력개선사업 추진에 있어 기본적으로 5년 이상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사업 수립, 개선, 집행 등이 진행되지만 현재 의사결정시스템의 효율성은 매우 떨어진다. 무기체계 구입 및 개발 등이 장기간에 걸쳐서 추진되는 내재적 문제로 인해 소요제기, 사업 분석 및 검증, 예산 수립 및 집행 등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시스템이 안보환경의 변화에 매우 둔감한 상황이다. 군사 무기 체계의 첨단화에 따른 구매 및 개발 비용 뿐만 아니라 운영유지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방 경영의 측면에서 방위력개선사업 집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위기 속에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지만, 그 노력이 위기 해결에 매몰된다면 새로운 기회는 창출될 수 없다. 계엄사태 이후 국방부와 국군이 직면한 현안 중심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하지만, 이번 기회에 국방부와 국군이 보다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새로운 국민적 신뢰를 모색하는 것이 국군이 국민의 국군의 거듭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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