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병원’ 수련환경 지원 3000억…“불용 예산 우려”

‘전공의 없는 병원’ 수련환경 지원 3000억…“불용 예산 우려”

기사승인 2025-01-21 06:00:13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곽경근 대기자

정부가 모집 마감 기간을 연장하면서 지원을 기다렸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올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만 3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정작 수련병원에 전공의들이 없어 써보지도 못하는 ‘불용 예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7일 오후 5시까지 전국 수련병원 221곳을 대상으로 레지던트 1년차, 상급(2~4)년차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율이 저조해 접수기간을 이틀 연장했다. 전공의들은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빅5병원’ 전체를 통틀어 복귀 전공의는 1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19일까지 모집 기간을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의 전화조차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 역시 “일부 인기과를 제외하면 지원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고 했다.
 
정부는 사직한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수련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제공했지만 전공의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체 전공의 복귀율은 8%에 그쳤다. 복지부는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2월 중 추가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 모집 대상, 자격, 특례 등은 별도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로 전공의 복귀가 저조하면 정부가 마련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의 집행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비용 중 교육비 등 직접비용 3000억원을 지원한다. 1인당 3300만원가량이다. 또 기존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220명에 한해 지원하던 월 100만원의 수당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 8개 과목 4600명으로 확대 적용한다. 소아·분만 전임의에 대한 월 100만원의 수당 지원도 기존 140명에서 300명으로 늘린다.
 
수련환경 개선은 필요하지만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육성 자금으로 3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오승준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불용 예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산의 사용처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측면이 있어 전문학회 사이에서 불만이 많았다”며 “정부가 예산 집행 용처 등을 병원·학회 수련교육 담당자들과 상의했어야 했는데 대화가 없었다”고 짚었다.
 
비슷한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을 통해 “전공의 수련교육 개편과 관련해 지도전문의의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 보상체계 등에 관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현재까지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공백이 지속되면 전공의·지도전문의에게 지급될 예산의 용처를 변경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수련비용을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 투입해 전공의가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한내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올 3월에도 정상적인 전공의 수련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현재 전문학회들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하반기까지 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전공의 수련비용 예산을 다른 용처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들이 전공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라며 “올해가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내실화할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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