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GA)업계가 GA와 소속 보험 설계사에게 계약 성사뿐 아니라 유지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계약 성사에만 보상이 있어 보험 계약 유지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계약 유지 수수료가 높아질 경우 결국 소비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국회와 GA업계에 따르면 강명구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GA를 보험 판매 전문 회사로 승격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 GA가 보험사 상품을 판매한 법적 책임을 지되 보험사로부터 계약 유지 수수료를 받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상 보험사는 GA에 유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GA업계는 유지 수수료 확대를 강하게 피력한다. 지난해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는 GA와 보험설계사가 보험 계약을 유지했을 때 돌아오는 보상이 전혀 없다”면서 “GA 사업비에 계약 후 유지와 관리 비용을 고정비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1분기 내로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실제 GA의 계약 유지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GA가 판매한 보험 계약이 1년 이상 유지된 비율은 생명보험 48.5%, 손해보험 80.7%로 같은 기간 전체 보험 계약의 유지율인 생명보험 85.4%, 손해보험 86.8%보다 낮았다. 특히 보험료가 비싼 생명보험은 1년 내 GA로 판매된 계약 절반 이상이 해지됐다.
금융당국은 낮은 유지율의 원인이 초회 수수료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회 수수료는 고객이 납입한 첫 보험료 일부를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금액인데, 일부 GA가 이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유지 수수료는 초회 수수료에 비해 낮게 지급되거나 지급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설계사에게 고객이 오래 유지하기 적절한 상품보다 초회 보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유리하다.
금융당국은 이에 GA가 보험설계사에게 초회 납입 보험료의 1200%를 넘는 초회 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와 GA에 수수료를 지급할 때만 적용되던 기준을 GA가 GA 소속 설계사에 주는 수수료에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유지 수수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고도 하지 않았다.
이에 GA업계가 직접 유지 수수료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유지 수수료 비용이 소비자에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판매비, 유지비, 관리비로 구성되는 사업비는 보험료에 포함된다. 유지와 관리 비용을 확대하고 사업비에 명시한다면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로 지급되는 금액은 보험사가 감당하지 않는다”면서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