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명함 돌려 알리는 ‘방문 진료’, 지역 연계책 강화해야 [데스크 창]

의사가 명함 돌려 알리는 ‘방문 진료’, 지역 연계책 강화해야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5-01-23 17:28:33
김성일 건강생활부장 

서울 중랑구에서 의원을 운영 중인 A의사는 오늘도 영업사원처럼 발품을 팔았다. 그는 “방문 진료에 대해 모르는 주민이 많다”고 말한다. A의사는 폐렴, 욕창, 요로감염 등 중증 합병증을 동반한 신경계질환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진료한다. 특히 몸이 불편한 고령자나 장애인은 집에서 마주하는 전문의의 발길이 반갑다. 병원을 한 번 다녀오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일차의료 방문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병원 중심’으로 전개하던 진료·치료를 쇄신하는 대표적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다. 방문 진료는 일상을 보내는 거주지에서 이뤄지는 만큼 환자의 기분, 상태, 환경 등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 또 대기를 하거나 짧은 진료 때문에 불만이 생길 것도 없다. 의료 자원의 분배를 통해 응급실, 중환자실의 적체를 해소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생활형 ‘건강 주치의’로서 손색이 없지만 현재 의료기관 참여율과 환자 이용률은 모두 빈약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전한 ‘방문 진료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기관은 1007곳 정도다. 전국 의원 3만6502곳의 2.8% 수준이다. 인프라가 부족하니 정부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이 시점에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독려가 효과적이다. 의사들이 명함을 돌려서 자리 잡을 사업이 아니다. 방문 진료를 활성화하려면 평일 해가 지기 전까지 운영하는 시스템도 보강해야 한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환자는 야간이나 주말에 생길 수 있는 응급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의 경우 치솟는 의료비와 사회보장비를 감당하기 위해 방문 진료를 적극 활용했다. 의료기관 병상을 대폭 줄이고, 의료와 돌봄을 끌어안는 방문 진료를 주요 계획으로 추진했다. 지역 의사회가 자발적으로 순환 당직 체제를 갖고, 당국은 의료진이 당직을 서는 동안 환자의 호출이 없어도 보상을 지원했다. 이제 방문 진료는 지역 사회가 제공하는 복지 대책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일본 병원의 65% 이상은 의료보험이 보장하는 방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낮은 수가, 높은 본인 부담률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누구나 부담을 덜고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특히 지역 사회의 지속적 연계 속에서 제도는 빛을 발할 수 있다. 방문 진료는 시행 취지를 살려 입원이나 요양시설 입소가 아닌 가정에서 자립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대안이 돼야 할 것이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