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법원장 “공수처 尹 영장 발부 판사는 책임 없나”

현직 법원장 “공수처 尹 영장 발부 판사는 책임 없나”

기사승인 2025-01-23 19:00:55
청주지방법원 전경. 박선혜 기자

현직 지방법원장이 내란 혐의 등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 과정과 적법성에 의문을 표하며 대법원의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앞서 법원 내부게시판에서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임병렬 청주지방법원장은 지난 20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언론에 의하면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한 내란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더라도, (검찰에서)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한다”며 “이것은 검찰에서는 공수처에게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견을 달았다.

그러면서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수처에서 청구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은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임 법원장은 앞서 지난 17일 백지예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직권남용죄로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는지 의문을 남긴 글에 댓글로 물어본 것이다.

임 법원장의 의견을 두고 다른 판사들의 논쟁이 벌어지자 그는 “이번 사안을 법률 최고 해석기관인 대법원에서 대법관 회의를 열고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임 법원장은 “판사님의 영장 발부로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사법부가 짊어져야 한다”면서 “내란죄로 기소되고 1심, 2심 재판이 다 진행된 후 대법원에 와서야 1심과 2심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날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구속한 지 나흘 만에 ‘공소제기요구처분’ 결정을 하며 사건을 검찰로 보냈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어, 기소하려면 검찰에 사건을 넘겨야 한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결정에 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임 법원장은 “이 사건은 일반 형사 사건과 다르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는 미확정된 상태”라며 “대법원에서 공수처의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고 한다면 현직 대통령에 대해 내려진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에 대한 재판이 과연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서울서부지법 영장 판사가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윤 대통령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해 “영장 재판은 일반적으로 발부하는 경우에는 이유를 간단히 기재하는 것이 실무 관례로 돼 있지만, 공수처가 신청한 영장 재판은 유례가 없었던 사건”이라면서 “일반 형사범과 같은 잣대로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일반 국민이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법조인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글에서는 판사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에 임 법원장은 “법원이 정치권에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 대법원에 조속한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사태 해결의 방법이라 생각해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인정한 사유는 무엇이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은 법관이 사법상 독립의 가치를 존중받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국가원수로서 불소추특권을 갖는 대통령에 대한 지위와 권한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 법원장은 “작금의 이 사태는 법관이 사법상 독립에 의한 재판이라는 가치만으로는 방어하기에는 부족해 보이기에 법관 여러분의 중지를 모아주시기를 당부하는 뜻에서 글을 올리는 것”이라면서 “저의 부족한 표현으로 법관님들에게 불편함을 드렸다면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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