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출범을 미뤘던 국가바이오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위원회를 통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2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발목을 잡혀 업계의 우려를 낳았다.
최 권한대행은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 경제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새로운 경제 동력원인 바이오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바이오위원회를 범부처 최상위 거버넌스로 출범시켜 관계 기관에서 개별 추진 중인 정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전 분야에 대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출범식과 함께 발표된 ‘대한민국 바이오 대전환 전략’에 따르면 국가바이오위원회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 경제 및 안보를 강화하고 정책을 논의·결정하는 범부처 민·관 거버넌스이다. 민·관 협력을 통해 바이오 분야의 비전과 전략을 모색한다.
정부는 위원회 출범과 함께 바이오 분야 전주기 혁신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레드·그린·화이트·블루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 간 연계와 융합을 이끌어내 연구개발(R&D)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정부는 우선 바이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K바이오·백신 펀드 등 1조원 규모 이상의 메가펀드를 조성한다. 세계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위탁생산개발(CDMO) 분야는 2032년까지 생산 능력을 현재의 2.5배로 확대해 생산·매출 모두 세계 1위를 노린다. 또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지원해 현재 5∼7% 수준인 자립화율을 2030년까지 15%로 끌어올린다. 기술력은 있으나 생산 설비가 없는 기업에는 기존 5개 공공 CDMO를 활용해 세포주 제조, 시료·완제품 생산 등 제품화를 지원한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도 방출한다. 정부는 15개 바이오 분야 공공 연구기관 간 데이터를 전면 개방할 계획이다. 이후 연구기관, 병원 등에 산재한 데이터를 연계해 2035년까지 국가바이오데이터플랫폼에 1000만 건의 데이터를 확보하기로 했다. 바이오 전용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도 확충한다. 2035년까지 AI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3000개 규모의 인프라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인재 확보를 위해선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 인재 11만명을 양성하고 다학제적·실무형 교육을 늘려 산업 현장 미스매치를 해소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등 분야별 전문 교육을 활성화해 즉시 활용 가능한 우수 인력을 배출하고, 의사과학자 등 핵심 인재를 집중 육성한다.
업계는 위원회 출범을 기다려 온 만큼 환영의 뜻을 표하며, 제약바이오 관련 전문 정책과 심사가 이뤄져 신속한 산업 발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그 동안 제약을 제외한 그린바이오나 화이트바이오 등 다른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다소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라며 “위원회 출범으로 바이오 분야에서 최상위 컨트롤타워가 생겼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적이고 능동적인 정책이 추진돼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