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빠르고 재밌다. 제목만큼 직관적인 ‘중증외상센터’ 감상평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네이버 웹툰 ‘중증외상센터:골든아워’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 ‘좋은 친구들’ 이도윤 감독이 연출했고, 극본은 드라마 ‘아다마스’ 최태강 작가가 썼다.
처음부터 거침없다. 병원 로비가 아닌 전쟁통에서 출발하는데, 배경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주 장르가 아니니 엉성할 만도 한데 작정하고 만든 인상을 주니, ‘이 작품, 병원에서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샘솟는다. 이 가운데 백강혁의 오토바이 질주는 시원한 화각으로 펼쳐지고, 본인의 목숨을 지키면서 환자의 목숨도 살려야 하는 상황은 긴박감을 더한다.
이 속도감은 오프라인 시사회에서 공개된 최소 4부까지 이어진다. 백강혁이 교수로 부임하자마자 사건은 몰아친다. 당직이었던 양재원(추영우)의 도움을 받아 고난도 수술을 척척 해내고, 취임식에 지각하고도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이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기시감이 드는 장면들이지만, 쫄깃한 대사와 주저 없는 연출은 지루함 대신 통쾌함을 선사한다. 어쩐지 귀여운 빌런 한유림(윤경호)의 역할도 크다.
헬기를 동원한 신도 볼거리 중 하나다. 단순히 스케일 확장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헬기 착륙에 소요되는 시간부터 땅에 닿을 때 진동까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데, 병원에는 제대로 된 착륙장이 없다. 옥상이 아닌 인근 테니스장으로 달리는 이들의 모습은 현실을 적절하게 꼬집는다.
뻔하지만 꼭 필요한 수술 장면에는 다양한 촬영 각도와 효과를 적용했다. 덕분에 다음 전개를 위한 단계로 소비되지 않고, 하나의 온전한 시퀀스로 작용한다. 이도윤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는 최근 드라마 ‘옥씨부인전’을 통해 대세 배우로 자리잡은 추영우의 약진이다. 추영우는 수재지만 어리바리하고, 현실적이지만 성정이 따뜻한 펠로우 이재원의 성장 서사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자칫하면 ‘마마보이 샌님’처럼 비칠 캐릭터도 그를 만나 사랑스러워졌다. 전개 내내 냉소적이고 무게감 있는 인물을 소화하는 주지훈과의 케미스트리도 훌륭하다.
‘중증외상센터’는 24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