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43)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은 단호하게 “e스포츠가 스포츠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소로 체육회장에 선출되며 40대 체육회장 시대를 연 그는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유 당선인은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체육회장 당선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체육 비전을 밝혔다.
국제 체육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e스포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5년 ‘e스포츠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e스포츠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은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왔다.
중국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e스포츠 표준화 제안서를 제출하며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동안, 한국은 이와 관련된 대응을 사실상 멈춘 상태였다. 그 중심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있었다. 이 회장이 2018년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 발언한 것은 e스포츠에 대한 체육계의 소극적인 태도를 상징한다.
유 당선인이 이 회장을 꺾고 체육회장에 오르면서, e스포츠계도 활짝 웃었다.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고문 및 홍보대사로 활동해온 유 당선인은 2021년 ‘한중일 e스포츠 행사’, ‘로드 투 아시안게임 2022 캠페인’ 등 굵직한 행사에 참여하며 e스포츠 확장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임요환과 홍진호를 본 스타크래프트 세대라고 밝힌 유 당선인은 “한국 체육계가 e스포츠의 잠재력을 발굴해서 행정력과 경기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국제e스포츠 분야에 대표성을 가진 기관이 모호하다. 한국이 앞장서서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면 나중에 종목 선정이나 여러 부분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IOC 선수위원 출신으로 IOC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유 당선인은 IOC가 조명하고 있는 e스포츠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IOC에 e스포츠 분과위원회가 생겼다. 이미 스포츠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한국이 그 패러다임을 주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 당선인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직관했다고 전하며 “사실 규칙을 정확히 알진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문화를 봤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 같은 분위기로 즐기더라. 이제는 (e스포츠가) 스포츠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e스포츠 주요 공약으로 대한체육회 정회원 단체 진입 추진, 전국체육대회·전국생활체육대축전 등 종목 채택 추진을 위한 지원, 아시아 및 국제대회 유치를 통한 국제적 위상 강화 등을 내세웠다. 관련된 과정을 면밀히 체크하겠다던 유 당선인은 “크리켓, 플래그 풋볼, 라크로스 등 생소한 종목도 2028 LA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e스포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전략 종목으로 채택하는 등 미래 지향적으로 바라보겠다”고 설명했다.
유 당선인은 상무팀 창설 문제도 언급했다. 2021년 이 회장이 e스포츠 상무팀 창설에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현장에서는 상무팀 신설을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 프로게이머는 쿠키뉴스에 “상무팀이 신설되면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일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 당선인은 “선수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시안게임,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에 속한 다양한 종목들이 상무에 들어가야 한다”고 가진 생각을 말했다.
유 당선인은 e스포츠의 현안을 짚으며 “현재 게임 내에서 e스포츠라 할 수 있는 게임들이 한정돼 있다. IOC가 추구하는 e스포츠는 폭력성이 없으면서도 움직임이 있는 게임이다. 관련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또 게임사로부터 협회가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며 “이 문제들이 잘 풀리면 e스포츠는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시장도 워낙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