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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운행 중인 전기차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 검사가 의무화되지 않아 안전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3월부터 신에너지 차량을 대상으로 매년 정기적인 안전 검사를 의무화하는 중국과 대조를 이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차 안전 관리는 초기 인증 단계에서만 엄격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배터리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12개 항목(열충격, 과충전, 단락 등)을 검사하며, 배터리관리시스템(BMS) 평가를 통해 초기 단계에서 배터리의 안전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검사는 차량 출시 이전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운행 중인 차량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검사가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중국은 배터리 화재 사고를 예방하고 차량의 지속적인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3월부터 순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 연료전지차 등을 대상으로 매년 정기적인 안전 검사를 의무화한다. 주요 검사 항목은 △배터리 성능 저하 상태(SoH, State of Health) 측정 △충·방전 시 온도 및 전압 기준 확인 △구동 모터 및 전자 제어 시스템 점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초기 인증에만 집중된 한국의 시스템을 지적했다. 정기 검사 부재가 배터리 열화 및 화재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지난해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운행 중인 전기차에 대한 정기 검사는 아직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초기 인증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배터리 성능 저하나 열화 문제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이은 전기차 화재 이후 정부는 이번 달부터 ‘배터리 추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배터리의 생산·사용·폐기를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운행 중인 차량의 실시간 상태 점검과는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주행 중인 전기차에 대한 정기 검사 의무화를 위해 법적 기반 및 제도적 장치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토교통부는 운행 중인 전기차 관리 강화를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며 “현재 자동차관리법 등 관련 법령은 전기차 운행 중 배터리 성능 저하나 화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정기 검사 규정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운행 중인 전기차에 대한 정기 검사를 도입하려면 전국적으로 검사 인프라를 확충하고, 관련 장비와 기술을 보급해야 한다”며 “전기차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행 중인 전기차에 대한 정기 검사 의무화는 소비자 신뢰를 강화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기 검진 의무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와 달리 전문 장비가 필요하다. 교통안전공단 검사소 외 민간 검사소에 전문 장비가 보급되어야 정기 검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기 검진을 통해 배터리와 관련된 화재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리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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