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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이죠,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려워요” -편의점 폐점을 앞둔 변 모(42·남)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 20년 동안 주요 프랜차이즈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을 모두 운영해 본 변씨는 두 달 뒤 폐점을 앞두고 있다.
그는 “경쟁업체가 주변에 생기면 매출이 30%씩 줄어드는데 더 이상 미래가 없다”며 “최저임금에 직원들 4대 보험까지 생각하면 시급이 1만1000원이 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 가맹점 수는 2019년 4만1799개에서 2023년 5만4875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은 8350원에서 9620원으로 올랐다. 경쟁업체와 최저임금이 모두 늘며 점주가 체감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확보한 국내 주요 편의점 현황에 따르면 편의점 폐점 및 중도해지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063개였던 편의점 중도해지 점포 수는 2023년 1740개로 증가했다. 편의점 점포당 평균 해지 비용 역시 2020년 약 2600만원에서 2024년 6월 기준 4500만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점주가 중도해지를 할 경우 지불해야 할 영업 위약금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중도해지로 인한 본사의 손해를 미리 배상하는 성격인 영업위약금은 최대 월평균 가맹수수료의 6개월분을 내야 한다.
서울에서 CU를 운영 중인 점주는 “하루 평균 매출 150만원 기준으로 한 달에 대략 360만원을 가맹수수료로 본사에 지불한다”며 “6개월분이면 2160만원인데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이마트24를 운영중인 점주는 “하루 평균 매출 200만원 기준으로 한 달에 대략 600만원정도 (가맹수수료로)나간다”며 “중도해지를 하면 3600만원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 “계약서에 따라 위약금 부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9년 ‘프랜차이즈(편의점업) 표준계약서’를 개정하며 상권 변화나 경쟁점 출점 등으로 영업 적자가 누적되는 경우 영업위약금을 면제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편의점 4개 본사도 공정위의 개정에 맞춰 영업 위약금 면제 규정을 계약서에 포함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계약서에 위약금 면제 조항이 있더라도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인천에서 GS25를 운영하는 점주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며 “서류 뭉치만 읽어보고 서명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점주는 “전자계약 형태로 바뀌며 가독성이 떨어져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폐점을 앞둔 점주는 위약금 면제 조항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업 적자나 상권 변화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위약금 면제를 받으려면 하루 평균 매출이 3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떨어져야 해줄 것 같은데, 이마저도 정해진 기준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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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는 계약서의 내용대로 위약금을 부과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폐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당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모두가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약 중도 해지 시 계약서 내용대로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위약금은 계약 내용에 따라 산정한다”며 “상황에 따라 위약금을 줄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에 “최근 편의점 중도 폐점수가 증가함에 따라 점주들의 위약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공정위는 창업 당시 폐점 비용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하고 영업위약금 등에 대한 모범거래기준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가맹거래정책과 관계자는 위약금 면제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세우면 그에 따라 위약금을 면제받기에 투명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기준에 미달돼 감면을 못 받는 점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제도개선을 한다면 표준 계약서를 개정하기보단 배달 앱 수수료를 내린 것처럼 정부나 국회가 주도해 편의점 가맹본부와 점주들과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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