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원하고 적합한 고객에 판매” ELS 대책 속 당국 고심…은행장 제재도 시사

“정말 원하고 적합한 고객에 판매” ELS 대책 속 당국 고심…은행장 제재도 시사

홍콩 H지수 ELS 현황 및 대책 발표
9월부터 거점점포서만 판매
“출입문, 층 분리…다른 공간이라는 인식 확실히 줘야”
제재 질문에는 “은행장 등도 영향 피하기 어려울 것”

기사승인 2025-02-26 13:28:54 업데이트 2025-02-26 13:30:19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콩 H지수 ELS 현황 및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진용 기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인 ELS(주가연계증권)가 9월부터 은행 거점점포에서만 판매된다. 거점점포에서도 일반 영업창구와 층을 분리하는 등 전용 공간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상품 설명서에는 고난도 투자상품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문구를 눈에 띄게 표시하고, 어려운 전문용어가 아닌 일반 소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순화된 설명 내용이 담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6일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현황 및 대책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3월 은행, 증권사들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의 상품 자체 구조에 대한 이해와 은행 판매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당국은 이에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 나서 ELS 상품이 높은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약간의 이자를 더 주지만, 유의미한 확률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는데 이같은 비대칭적 수익 구조를 일반 소비자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가 진행됐다고 짚었다.

은행 판매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은행에서는 이런 복잡한 금융투자상품을 예적금과 같은 원금보장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판매 구조를 보였고, 경영진은 단기경영 성과 달성을 위해 고수익 금융상품 등의 판매를 전사적으로 독려하고 영업점은 이를 무리하게 판매하는 등 밀어내기 식 영업행태가 만연해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들에 “성과보장체계 및 내부통제기준을 부실하게 설계, 운영하면서 실제 판매 한정의 불완전판매를 효과적으로 예방하지 못하는 등 소비자 보호원칙이 충실히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당국은 시급했던 판매사-소비자 간 자율배상이 원활하게 진행됨에 따라,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당국에 따르면 5개 주요 판매은행 기준, 전체 배상진행 계좌 16만9000건 중 93.8%가 자율배상 최종 동의 완료된 상태다. 이에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10월 소비자학과 교수 간담회, 11월 공개세미나 등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대책을 마련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9월부터 은행 거점점포에서만…점포 내에서도 출입문·층 분리

이번 대책에 따라 은행은 오는 9월부터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충분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갖춘 거점 점포를 통해서만 판매할 수 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파생상품·파생결합증권·파생상품·파생결합증권을 20% 초과하여 편입한 펀드 등) △최대 손실위험이 큰(최대 원금손실 가능금액이 원금의 20% 초과) 상품을 말한다.

은행은 거점 점포 내 별도 출입문 또는 층간 분리를 통해 물리적으로 분리된 별도의 판매공간에서 ELS를 판매해야 한다. 또 관련 교육 이수 및 자격증 보유 등 자격요건을 갖춘 직원만 판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3년 이상 등, 일정 기간의 판매 경력을 가진 전담 판매 직원을 통해서만 ELS를 판매할 수 있다.

또 ELS가 아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채널도 개선된다. 기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일반점포, 거점점포 모두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다만 투자창구 창구 칸막이, 좌석 및 대기번호표 색깔을 다른 창구와 다르게 설정하는 등 일반 여수신 이용창구와 분명한 식별장치를 둬야 한다. 소비자가 예적금 등과 명확히 구분해 인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으로 영업하는 은행증권 복합점포에도 동일한 보호조치가 적용된다.

녹취 범위 적합성 평가시점까지…고령 소비자 원하는 경우, 지정인 확인 서비스 도입도

당국은 소비자 인식 및 은행 책임성 제고를 위해 영업실적에 은행 KPI(핵심성과지표) 반영을 금지하는 등 판매관행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금융회사가 본인의 이윤보다 소비자 보호 및 이익을 우선하도록 금융소비자 보호원칙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는 동 원칙을 내부통제기준에 충실하게 반영해 이를 엄격히 이행하도록 하겠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투자자 정보 확인 및 성향 분석 시에 6개 필수 확인 정보를 모두 고려하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점수 방식(scoring)과 추출 방식(factor-out)을 모두 균형 있게 활용하도록해 정합성·적정성 원칙을 내실화할 계획이다. 또 금융회사는 앞으로 상품별 판매대상 고객군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투자 권유를 할 수 없게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ELS의 경우 기대손실 구간이 ‘전액손실’인 경우에만 권유가 가능하게 된다. 소비자가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가입을 원할 경우 부적합 ·부적정 상품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부적정 판단보고서’를 교부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녹취 범위도 적합성 평가시점까지 확대된다. 또한, 소비자의 행동편향 등을 고려해 상품 중요 내용이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되도록 설명서 최상단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적합하지 않은 소비자 유형, 손실 가능성 등 위험, 손실 발생 사례를 우선 배치하고 설명서에 있는 전문용어들도 순화된다.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가족 등 지정인이 숙려기간 중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최종계약 여부를 확인하는 지정인 확인 서비스도 도입된다. 소비자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임을 바로 알 수 있도록 상품명 앞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눈에 띄게 표시하고, 또 상품설명 동영상도 제작해 창구 설명 시에 그리고 숙려기간 중 모바일 링크, QR코드 등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에게 특정 대답을 유도하거나 대면 권유 후 비대면 계약을 권유, 금융회사가 대리가입하는 경우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부당권유행위로 신설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는 유인성 발언도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 위반으로 적극 규율할 예정이다.

김소영 부위원장 “정말 원하고 적합한 사람에게만 판매해야”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은행의 내부통제체계를 확립하고 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당국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책무구조 및 내부통제관리 의무 등이 이행되도록 금융권과 지속적으로 소통·협의할 계획이다. 금융회사가 단기실적보다 불완전판매 예방 및 소비자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성과보상체계(KPI)를 재설계하고, 준법 내부통제를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문화를 조성하도록 모범사례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금융사 자체적인 노력도 강조됐다. 금융회사는 금융상품별·투자자별 판매한도를 정해 정기적, 최소 매월 판매 한도를 재승인토록 한다. 사후모니터링 항목도 구체적으로 정해 소비자보호 부서가 이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또 위험도가 높은 금융투자상품을 중심으로 주기적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당국은 필요시 소비자보호 경보 발령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김 부위원장은 판매 채널 개선보다도 은행권 영업 방식이나 문화, 관행 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전반적인 은행 영업 방식, 문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계속 남겨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영업을 할 때 소비자 보호 원칙이나 단기적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또 적합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위험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리적 공간 분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겼다. 김 부위원장은 “소비자가 명확히 ELS 판매 공간은 은행과 완전히 다른 공간이라는 걸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LS의 경우, 평소 5% 수익을 내다가 잘못하면 50% 손해 보는 상품이다. 상품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상품은 정말 원하는 사람, 정말 적합한 사람에게 판매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당국에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 불완전판매 발생 시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 지배구조법 등에 따라 엄격히 제재하여 불완전판매 유인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행장 등 주요 임원들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이렇게 많이 팔고 피해 본 이들이 많은데 은행장 등도 어느정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책무구조도에서 불완전판매 책임을 어디까지 뒀느냐를 한번 따져보고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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