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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삼성 등 주요 카드사들이 대형 전자결제대행사(PG사)에 부과하는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PG업계는 “카드사가 인상을 상세한 설명이나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사유를 일부 밝혔다는 입장이다.
2일 PG협회에 따르면 우리, 롯데, NH농협카드를 제외한 국내 6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하나‧BC카드)는 일반가맹점 매출에 대해 대형 PG사에서 받는 수수료 인상을 결정했다. 대형 9개 PG사(NHN KCP‧KG이니시스‧나이스페이먼츠‧다날‧스마트로‧토스페이먼츠‧한국정보통신‧KG모빌리언스‧케이에스넷)는 지난달 14일부터 해당 내용이 담긴 우편 등을 받았다.
수수료율은 개별 PG사와 적용되는 가맹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인상됐다. PG업계는 이미 최대 수수료율인 2.3%를 적용하고 있는 농협카드를 빼고는, 아직 공지 받지 못한 카드사도 수수료를 높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카드사가 PG사에 보낸 수수료 인상 서류에는 관련 감독규정에 따라 3년 주기로 재산정을 했다는 설명과 함께 해당 PG사의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폭이 기재됐다.
카드업계의 이번 수수료 인상 결정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 인하 영향이 크다. 우대수수료율은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적격 비용 산정에 따라 정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우대수수료율을 0.05~0.1%p 낮췄다. 이 영향으로 줄어들 전체 카드사의 수입은 연간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카드사가 다른 수입원인 PG사 수수료를 높여 손실을 줄이려는 것이다.
PG업계는 인상 필요성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일방 통보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PG업계는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오르면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올렸다가는 계약 가맹점이 다른 PG사로 빠져나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PG사와 가맹점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된다. PG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을 설득할 시간과 이유가 필요한데 카드사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상의 근거가 되는 모든 비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반박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변경할 때는 일부 변동 사유에 대해 소명하라고 했다”면서 “어느 정도는 사유를 소명해 보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카드업계는 PG사에 알린 수수료율 인상 폭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카드사가 PG사에 매길 수 있는 최대 수수료는 2.3%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부분 카드사 수수료율이 2.2%에서 2.3% 사이”라고 부연했다.
카드사와 PG사가 통보된 수수료율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조정할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보 시점 한 달 뒤부터 다시 합의할 때까지는 카드사가 결정한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지난 2022년 재산정 당시에는 카드사와 PG사 간 합의가 통보 4개월 이후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