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전달보다 5조원 가량 급증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 점검, 대출심사 강화 등을 통한 관리방안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원대에 이른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3조원을 넘고, 2금융권은 1조원 중반대로 추정된다. 1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9000억원가량 줄었는데 한 달 만에 급반등한 셈이다.
연초인 2월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사례는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에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2021년 2월(9조7000억 원) 이후 4년 만이다. △2022년 -2000억원 △2023년 -5조4000억원 △2024년 2월 -1조8000억원 등 최근 3년간 2월은 계속 전월 대비 가계대출이 감소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줄은 상황이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은 지난해 4월 4조4346억원, 5월 5조2278억원, 6월 5조3415억원, 7월 7조1660억원으로 점점 불어나더니 8월 9조625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9월(5조6029억원), 10월(1조1141억원), 11월(1조2575억원), 12월(7963억원) 둔화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1월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7694억원 줄면서 10개월만에 감소했다. 이사 수요가 적은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에 대출 금리 수준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대출 증가세를 제한했다.
하지만 한달 만에 가계대출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해제를 꼽는다. 토허제 해제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지정돼 있던 토허제를 해제한 것은 지난달 12일이다.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후 강남 3구 아파트값은 폭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2월 넷째주 주간 집값 상승 폭은 0.36%로 지난해 8월 넷째주 이후 반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매수세가 비강남권으로 번지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도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김범석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토허제 완화 이후 부동산 시장 영향을 점검해 관련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제한이나 부동산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구입) 방지를 위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금지 등 대출 규제 시행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계대출 대응책이 시행돼도 미분양이 극심한 지방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시행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세대출 보증비율 차등화도 논의 대상이다. 하반기부터 90%로 일원화되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수도권만 더 낮추는 방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관리한다면서 토허제 해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도 떨어지고 있는 만큼 잔액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