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잠시 반등했던 아파트 분양전망지수가 다시 하락했다. 경기 침체 및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분양 시장은 당분간 비관적 전망을 보일 예정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전국 주택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번달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달 대비 2.5포인트(p) 하락한 72.9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분양전망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100을 밑돌면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다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도권에서 서울(87.1→85.7)은 소폭 하락, 경기(66.7→70.0)는 상승했다. 비수도권에서는 3개월 만에 신규분양이 이뤄진 대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내림세가 이어졌다. 전북 17.5p(81.8→64.3), 부산 12.6p(77.8→65.2), 전남 10.7p(75.0→64.3) 등이다.
서울·경기 지역의 분양 전망이 비교적 긍정적인 이유는 강남권 적체 물량이 풀리면서 호가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달 13일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 동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로 인해 강남3구의 아파트값은 서울 평균을 뛰어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비강남 지역 및 경기 주요 지역의 매수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산연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인해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비강남 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강동구·양천구 등 인기 주거지역을 비롯해 경기 주요지역(과천·분당)까지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규제 완화로 인해 거래가 활발해지고 수요가 다시 유입되며 분양 전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수도권은 ‘똘똘한 한 채’ 현상에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지속된 세제와 금융 규제로 인해 다주택자들은 보유 부동산을 정리하고 가치가 높은 우량 부동산 한 채에만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악성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비수도권에 집중되며 부정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미분양 주택 2만1480가구 중 80.2%를 차지하는 1만7229가구가 비수도권에 몰렸다.
향후 미분양 물량의 변화를 예측하는 미분양물량 지수는 지난달 대비 0.8p 상승한 114.3으로 전망된다. 3월 분양 시장은 전통적으로 성수기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가 위축돼 분양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4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분양 실적률은 4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미분양 물량 해결을 위해 LH를 통한 지방 미분양 주택 3000가구 매입, 신속한 SOC 투자 확대 및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유찬 주산연 연구원은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집을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므로 실수요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려고 하기보다는 대출 규제 완화 등 수요를 촉진 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PF나 브릿지론이 막혀 공급이 감소하고, 정치적 불안정성과 낮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인해 수요도 낮아진 상태”라며 “공급과 수요 두 가지 측면 모두 악화됐기 때문에 분양 시장에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가 있지 않는 한 비관적 전망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