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관 영입 비판에도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금융사 이동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사혁신처 산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는 지난 6일 ‘2025년 2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총 119건이다. 현행법에 따라 재산등록 의무자인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원, 특정 공직유관단체 직원은 퇴직 후 3년 이내 취업심사 대상 기관으로 취업할 경우 사전에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 전직 직원들의 경우 6건이 심사에 올랐다. 승인을 받은 이들은 금감원 전 3급 직원들로 빗썸(2명·전무)과 현대커머셜(경영지원 부본부장), 신한금융지주(팀장급), 롯데칠성음료(사외이사)로 취업 승인이 나왔다. 금감원 직제에 따르면 3급 직원은 팀장·수석조사역으로 금감원 내 핵심인력으로 꼽힌다. 윤리위는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취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보험연수원 연수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려던 금감원 2급 직원은 불승인됐다. 2급은 국장·부국장급 고위직이다.
윤리위 1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는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의 취업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외풍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7월 금감원에서 퇴직했다. 농협금융에서는 지난해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금감원과도 마찰이 이어졌다. 금감원은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을 향해 농협중앙회에 내는 배당금,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수년째 해왔다. 금감원은 특히 지난해 4월에는 농협중앙회의 농협금융 인사 개입과 관련해 검사에 착수한 뒤, 농협중앙회의 지주 및 자회사 인사개입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지적하는 등 불편한 기류를 보였다.
빗썸의 금감원 출신 영입도 금융 당국 제재를 대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빗썸은 지난해에도 금감원 3급 직원과 4급 직원 2명을 영입했다. 금감원은 지난 5일 코인원을 시작으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관련 가상자산거래소 현장검사를 재개했다. 빗썸은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 심사도 앞두고 있다. 갱신신고 심사 주요 과정 중 하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현장검사다. FIU는 지난해 업비트를 포함해 코빗, 고팍스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쳤다. 올해 빗썸과 코인원이 현장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그동안 금감원 임원 출신이 은행 상임감사나 준법감시인으로 이동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금감원 일반 직원 출신이 재취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새 상임감사로 김철웅 금융보안원장을 선임했다. 김 신임 감사는 금감원에서 워싱턴주재원, 일반은행국 국장, 분쟁조정2국 국장, 소비자권익보호 부원장보 등을 거쳤다. 신한금융은 올해 하나금융과 함께 금감원 정기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금감원 출신들의 금융사 요직 선임은 감독당국과 피감기관과의 부당한 유착 가능성을 높인다. 이같은 비판에도 금융사는 당국 제재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2019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 임원 취임 이후, 금융사가 제재 받을 가능성이 약 16.4% 감소했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출신 인사 영입은 제재 확률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던 것과 대비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물론 금감원 출신이 금융과 내부통제에 대한 전문성도 있지만 금감원 네트워크를 활용해 관과 소통하고 제재 수위를 낮추는 등 ‘톤다운’ 역할 기대가 제일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