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가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재결합했다. 이 대표의 ‘당·검찰 내통’ 발언으로 날선 감정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업을 수행하기 위해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상처는 일주일 만에 봉합됐다.
이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전 경남지사·박용진 전 의원·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광화문 정문 옆 천막에서 ‘국난 극복을 위한 시국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계파를 떠나 윤 대통령 석방으로 국민 불안이 커진 상황을 고려해 함께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김 전 지사는 “대통령이 파면되느냐, 한국이 파면하느냐, 갈림길에 섰다. 내란범이 구속됐는데 그 두목은 버젓이 나와서 활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으로 내란을 종식시키고 헌법재판소를 내란세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절박한 상황에서 지혜를 모아보자고 해서 모였다”며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모아서라도 윤석열에 대한 책임을 묻고 탄핵을 이루도록 도와달라. 국민 의견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이 시국에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인이면 당연히 내란극복과 탄핵 완성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며 “한 사람의 당원으로서 이 자리에 모인 민주당 지도자와 함께 내란세력으로부터 빼앗긴 봄을 찾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앞장서서 탄핵을 이루고 한국을 희망의 나라로 만드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비서실장은 “한국이 어쩌다 원칙과 윤리가 무너졌는지 정말 참담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관임을 확인시켜주고, 한국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깊은 고민과 노력을 다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주인이고 모두를 위한 나라”라며 “국민 주권을 정치적으로 대신 행사하는 집단이 헌정질서를 통째로 파괴하고 국민을 집단으로 살상하겠다는 행위를 옹호한다. 그러고도 이 나라 국민의 정치의사를 대변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여당을 꾸짖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 위기를 슬기롭게 이기고 이보다 더 큰 위기가 도래해도 반드시 이겨내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간담회는 이 대표와 최근 사이가 서먹해진 비명계의 재회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모 유튜브 방송에서 ‘21대 국회 때 본인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려고 당 일부와 검찰이 내통했다’고 발언했고, 이를 계기로 비명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틀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주변 노력도 있었다. 친명계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대표가 상처를 주려고 한 발언이 아니다”며 “서운하거나 상처받은 의원이 있다면 대신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간담회도 화해를 염두에 둔 자리로 보인다. 이 대표가 간담회를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간담회 전 단식 농성 중인 김 전 경남도지사를 격려했고, 간담회가 시작되고 나선 당 화합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본인 발언에 관해) 언급 안 했다”며 “국민이 보시기에 당이 잘 단합되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정도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바깥에서 중대한 상황이 벌어지면 내부자 간 문제는 정리되고 해결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나흘째 단식 농성중인 김 전 지사도 본지와 만나 “윤석열 석방이전과 이후는 매우 다른 상황이다. 윤석열이 석방된 이후에는 국민 불안이나 두려움, 공포가 너무 높고 또 언제 제2 내란을 획책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그런 불안들이 너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떠나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국민 요구가 굉장히 강하다”며 “오늘 이 대표 요청에 강연이 있어서 못 오신 김동연 지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들이 다 참석한 거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또 “서운한 감정은 다 뒤로 밀어 넣고, 지금은 윤석열을 어떻게 하면 빨리 파면하고 탄핵할 것인지에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야 된다는 국민 뜻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