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으로 환율이 당분간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단기적 환율의 흐름을 추종하는 것보다 긴 호흡에서 달러 자산을 포함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쿠키뉴스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12층 컨벤션홀에서 ‘2025 쿠키뉴스 미래경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트럼프 2.0, 불확실성의 시대: 생존 전략은’을 주제로 세계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강연에 나선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배경을 4가지로 들었다.
오 단장은 가장 첫번째 요인으로 ‘심리’를 꼽았다. ‘트럼프=강달러’라는 투자심리가 굳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오 단장은 “달러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1년 후에 달러가 필요한 사람도, 2년 후에 달러가 필요한 사람도, 3년 후에 달러가 필요한 사람도 지금 매입하는 등 미래 수요를 당겨오면서 달러가 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짜 필요한 사람뿐 아니라 ‘2000원까지 가겠다’는 심리로 투기 수요까지 붙으면서 환율이 로켓처럼 치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단장은 지난해 8월5일 앤케리 트레이드 청산이 된다는 소식에 원엔 환율이 965원까지 뛴 사례를 들면서 “물론 환율이 올라가는 펀더멘탈적인 요인도 있지만 개인들의 심리가 같이 붙어주면서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고도 설명했다.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이유 두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와 달러 강세를 동시에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취임 이후 전 세계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고, 미국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11월~12월까지 이어졌다. 당시 환율은 1485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유로, 엔화 가치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1450원으로 내려온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달러’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
오 단장은 “최근 달러 약세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굉장히 간단하다. 미국 무역 적자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가 심각한 이유를 불공정한 무역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면서 “미국은 관세를 약하게 부과하는데 상대 국가가 관세를 강하게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미국산 수입을 할 때 700% 관세를 때리고, 한국은 미국보다 관세를 4배나 때린다는 식의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달러 약세를 원하는 모습을 은근히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 경제 참모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달러화 평가 절하를 구상한 점을 들었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한미 금리 차와 내수 부진을 제시했다. 최근 10년물 한미 금리차는 크게 확대되고 있다. 금리 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준과 달리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한은의 스탠스가 엇갈리면서 금리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오 단장은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에 대한 강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환율의 안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환율 안정을 위해선 우리나라 금리를 미국과 일정 부분 맞춰야 한다”면서 “문제는 미국 경제는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한국 경제는 내수 기반이 취약해 금리 부담을 견디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은 암울하다. 지난해 10월(2.1%)에서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JP모건, 씨티, 골드만삭스, UBS 등 해외 투자은행(IB)의 예측 수치는 1.3~1.9%로 더욱 비관적이다. 오 단장은 “환율 안정과 내수 경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며 커지는 한미 금리차가 환율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 요인으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들었다. 특히 대중국 무역 흑자가 줄어드는 모습이 과거와 다른 수준의 환율 변동성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부터 큰 대중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오 단장은 “덕분에 한국은 구조적인 무역 흑자국이라고 불렸다”면서 “그래서 20년 동안 계속해서 달러가 무역 계정을 통해 흘러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추세가 바뀌고 있다. 지난 2023년 대중 무역 적자 기조가 현실화되기 시작해 향후 무역 흑자 행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에서 지난해 9월 발표한 ‘산업별 수출연계생산 변화(대중국 수출연계생산)’ 그래프에 따르면 IT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도 중국과 격차가 현격히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 단장은 또 “서학 개미, 즉 미국 주식을 하는 개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이는 곧 달러를 갖고 해외로 나간다는 뜻”이라며 “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를 면제해 주겠다고도 한다. 한국에 지어져야 할 공장이 미국에 지어지면 나가는 달러가 많아진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옛날의 환율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라며 변화에 맞는 대응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