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이 거침없다. 윤 대통령 탄핵은 멀어지고, 본인 공직선거법 2심 선고(26일)가 가까울수록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당은 ‘시국을 고려한 발언’이라며 적극 해명하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최 대행은 직무유기 현행범’이라며 ‘국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으니 몸조심하라’고 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국회가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는 건 권한 침해’라며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3주가 지나도록 거부한 데 따른 발언이다. 이런 가운데 최 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18일 대국민 메시지를 남겨 야권 지탄을 받고 있다.
‘몸조심’ 발언은 후폭풍이 상당하다. 여권 지도부는 ‘IS(이슬람국가)’ ‘내란 선동’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SNS에 이 대표 선거 슬로건(‘이재명은 합니다’)을 언급하며 최 권한대행에게 안전을 당부하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도 일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20일) 오전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최 대행이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헌재 판결을 승복하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 (이 대표가) 화났을 것”이라면서도 “제1야당 대표고 대통령 후보를 생각하는 분은 국민에게 겸손해야한다”며 “좀 신중한 말씀을 해야 하는데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닌 거 같다”라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을 지키지 않은 점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이 대표가 대신한 게 아닌가 생각 한다”고 밝혔다. 여권의 사과 요구에도 “과도하다”고 답했다.
후폭풍을 일으킨 발언은 더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중도보수’ 성향이라고 했다가 정체성 훼손 지적을 받았다. 이후엔 본인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일부 비명(비이재명)계와 검찰이 내통했다고 언급했다. 당 통합을 목적으로 비명계와 접촉한 이후 발언이다. 이를 두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통합을 망치는 악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당·검찰 내통’ 발언은 최측근인 정 의원이 나서서 옹호했고, 지난 12일 이 대표와 비명 간 시국 간담회를 계기로 무마됐다.
이 대표는 신변 위협이 우려되는 제보를 접수한 이후부터 장외 일정을 자제했다. 그러다 지난 18일 광주를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부산 일정에서 실제 피습을 당한 만큼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광화문 최고위 회의도 재킷 안에 방탄복을 입고 참석했다. 다만 구설에 오른 발언에 관해선 언급을 삼가고 있다.
이에 관해 당 관계자는 20일 본지에 “(‘몸조심’ 발언은) 농담처럼 던진 것이고 대표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선거철이 되면 온갖 말이 나오는데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 대표를 잡아 죽일 것처럼 덤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권한대행이 너무 헌법을 유린하니까 답답해서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려는 것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옹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를) 하다보면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데 국민들이 오죽 화가 나지 않았느냐. 헌정질서가 무너지느냐, 마느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 내란을 수습하느냐, 마느냐하는 질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