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4600억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증권(ABSTB) 피해 변제에 나섰다. 피해자들과 정치권, 여론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홈플러스가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 가운데, 조기 변제를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1일 4618억원 규모의 매입채무유동화 금액을 상거래 채권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규모의 매입채무유동화 잔액(회생이 개시된 지난 4일 기준)을 상거래 채권으로 회생계획에 반영해 회생절차에 따라 변제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전날 회생법원에서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당사자들과 만나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입채무유동화는 신용카드로 결제해 나중에 받아야 할 물품대금을 기초자산으로 단기 사채 등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홈플러스가 구매전용 카드로 납품 대금을 결제하면 카드사에 매출채권이 발행되는데 이를 기초자산으로 보고 증권사가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서 개인 등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최종 변제 책임이 사측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입채무유동화를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회생계획에 상거래채권으로서 전액 변제하는 것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선의의 투자자 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에 이어 전단채 전액 변제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의 이번 조치에 정치권에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논평에서 “홈플러스가 상거래채권 분류를 요청한 만큼 회생법원도 이를 존중해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고 조기 변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병주 회장은 사재 출연의 규모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피해를 입은 피해자(CP·전단채 투자자, 입점업체, 협력업체 등)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특히 ABSTB를 최우선해 변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금 체불까진 막았지만 노조의 압박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임대료 깎기’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회생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사측에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사측의 회생신청서와 관련해 “김광일 부회장은 정무위원회에서 임대매장 전환으로 금융 이자를 줄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임대매장 전환으로 임대료 부담이 증가했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생계획안에 점포 매각,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이 포함된다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인 결정과 전략의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을 향해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자가 매장 수는 89개에서 56개로 감소했고, 임대 매장 수는 53개에서 70개로 증가했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대형마트 임대매장 중 다수는 과거 오프라인 마트 활황기에 임대계약이 이루어진 매장들”이라며 “당시 대형마트 실적이 가장 좋았던 시점의 매출을 기초로 임대료가 산정, 계약돼 있어 현재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현금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창립 28주년 기념 ‘홈플런 이즈 백’ 행사 기간을 지난 13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연장했다. 창립 할인 행사를 통해 단기 매출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 후 영업을 통해 매일 들어오는 현금으로 상거래 채권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