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사들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합적인 원인과 증상 때문에 치료가 까다로운 CNS 질환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시장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우울증, 조현병을 앓는 현대인이 점차 늘어나면서 관련 치료제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뇌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행동·정서·인지적 부조화 증상이 나타난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0.5~1%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 국내에선 50만명가량이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00만32명이다. 2018년(75만3011명)과 비교하면 32.8% 증가했다. 진료비도 늘어나 2022년엔 5378억원에 달했다. 2018년(3358억원) 이후 4년 만에 60% 급증했다. 1인당 진료비는 53만8000원이었다.
조현병·우울증 환자 증가로 인해 제약사들도 치료제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명인제약은 지난 1월 이탈리아 제약사인 뉴론 파마슈티컬스와 조현병 신약 ‘이베나마이드’의 국내 상용화를 위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베나마이드는 치료 저항성 조현병과 치료 반응이 부족한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추가 치료제다. 명인제약은 이번 계약에 따라 올해 진행되는 이베나마이드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 국내 환자들이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파마의 경우 CNS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파마가 판매 중인 CNS 치료제는 조현병을 포함해 양극성장애,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치매, 뇌전증, 파킨슨 치료제 등 30여개 제품이다. 최근엔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제약 부문 국내 법인인 한국얀센과 조현병 치료제 ‘인베가 서방정’(성분명 팔리페리돈), ‘리스페달정’(성분명 리스페리돈)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파마는 국내 모든 병의원에 납품하는 인베가와 리스페달의 유통·판매를 담당한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글로벌 성공을 발판으로 CNS 치료제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의 CNS 치료제 파이프라인에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 ‘SKL13865’ △조현병 치료제 ‘SKL20540’ △차세대 뇌전증 치료제 ‘SKL24741’ 등이 있다.
항우울제, 항조현병제, 인지기능 개선제를 보유한 환인제약은 치료제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해 CNS 제네릭(복제약)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ADHD 제네릭 ‘WIG-2401’에 대한 임상 1상에 착수했다. 환인제약은 조현병 치료제 ‘리페리돈’(리스페리돈), 우울증 치료제 ‘쿠에타핀’(쿠에티아핀푸마르산염) 등 CNS 정신신경용제 의약품이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조현병과 양극성 우울증 치료제 ‘라투다정’(루라시돈염산염)을 필두로 CNS 품목 라인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라투다는 일본 제약사인 스미토모 파마가 개발한 비정형 항정신성 약물이다. 기존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보다 체중 증가, 여성 생리불순, 이상지질혈증, 고혈당증 같은 대사계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부광약품은 라투다 출시와 함께 CNS 전문 영업·마케팅 조직인 CNS 사업본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하는 등 정신과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최근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리플러스정’(도네페질염산염수화물·메만틴염산염)을 출시하며 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외에도 불면증, 파킨슨병, 뇌전증 등 신제품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CNS 사업본부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크게 정신건강의학과 제품과 신경과 제품으로 나뉘며, 지난해 라투다로 정신과 활동을 보강했다면 올해는 신경과 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제품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아리플러스를 필두로 다른 치매 치료제 개발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엔 뇌전증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NS 제품의 질을 잘 유지해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오리지널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한 개량신약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국내 CNS 치료제 시장의 전체 규모는 연간 1조94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신경과 시장 매출 비중이 72%에 이르고 나머지 28%는 정신과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