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자살을 부추기는 연예인 자살 보도, 자제해야 한다

또 다른 자살을 부추기는 연예인 자살 보도, 자제해야 한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기사승인 2025-03-31 10:06:06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

우리나라 2024년 자살자 수는 잠정치인 1만4439명으로, 2023년도 1만3978명보다 461명(3.3%) 증가했다. 반면 우리보다 인구가 2.3배 많은 일본은 2만268명으로 전년 대비 1569명(7.2%) 줄어들어 대조를 이룬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이 악플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과거에도 이미 악성 댓글로 인해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었던 많은 연예인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악플 피해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설리법’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준실명제 도입과 댓글 작성자 정보 공개 등 사이버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형태로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로 인해 악플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소중한 생명들이 위협받고 있다.

악플러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기사 내용이나 등장인물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난삼아, 또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만 건의 악성 댓글을 받게 되는 공인이나 젊은 연예인들이 겪는 괴로움과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독일은 명백한 가짜뉴스의 경우 삭제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최대 65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중국은 확인되지 않은 무차별적 유포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한 경우 모욕·비방죄를 적용해 3년 이하 징역이나 구금에 처하고 있으며, 미국도 형사적 제재를 법제화하고 있다.

악플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실효성 있는 악플 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더 이상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악플에 대한 처벌 강화만큼이나, 악플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연예인의 주변 인물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성 보도 역시 자제돼야 한다. 언론은 이 사회의 등불로서 사실에 입각해 문제점과 대책을 제시하고,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현재의 산불 사태 보도처럼 진화 인력 및 장비 부족, 소방차길 미확보, 노후하고 담수량이 적은 헬기, 이재민 구호대책 등은 꼭 보도돼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처럼 각종 재난과 사고로 인한 피해와 대응책을 짚는 보도는 필수적이나, 자살에 한해서는 언론 보도가 오히려 해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자살 시도자는 그 20배인 약 800명에 이른다. 통상 6번 이상 시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살 장소, 방법, 동기 등이 언론에 보도될수록 ‘베르테르 효과’로 인해 모방 및 추종 자살이 이어진다. 2008년 인기 연예인 A씨의 자살 당시, 장소·방법·동기를 장기간 경쟁적으로 보도한 결과 1008명이 추종 자살했으며, 이후 A씨의 동생과 남편도 죄책감과 낙인, 비난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뒤따랐다.

이처럼 모방 자살 방지를 위해 정부는 자살보도준칙 3.0과 4.0을 제정해 시행 중이나, 일부 중앙 언론과 인터넷 매체, 유튜버 등은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자살 관련 보도량에 따라 자살률이 달라지는 만큼, 1990년대 우리보다 자살률이 높았던 핀란드와 오스트리아는 자살 보도를 전면 금지하고, 유명인의 경우에도 ‘사망’으로만 간단히 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국가들은 자살률이 크게 감소했고, 이는 우리 언론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연예인 자살 관련 보도는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은 1000명에게 사실을 알릴 의무보다, 단 1명의 생명을 살리는 책임이 더 소중하다는 인식을 함께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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