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대란’이라는 피치 못할 산고 끝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지난 12일 세상에 나왔다. 할아버지로 불리는 신원호 크리에이터와 첫 아이를 품에 안은 이민수 감독은 자식 같은 작품이 “상처받지 않고 예쁨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5일 서울 명동1가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 극본 김송희·연출 이민수) 디렉터스 토크가 열렸다. 현장에는 크리에이터 신원호 감독, 이민수 감독이 참석했다.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이자, 신원호 감독의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첫 스핀오프다.
신원호 감독은 ‘언슬전’에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 첫 도전이었다. 신 감독은 “제 드라마면 시청률이 잘 나와도 별일 아닌 척, 안 나와도 괜찮은 척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상하게 부모 된 느낌이다. 감격스럽더라”고 밝혔다.
‘언슬전’은 시청률 3.7%로 시작해, 소폭 상승한 4.0%로 2회를 마쳤다. 순조로운 출발이다. 신원호 감독은 “수치상으로도 그렇지만, 여기저기서 좋은 반응이 감사하더라. 제 작품 했을 때보다 감사하고 흐뭇했다”고 말했다. 이민수 감독은 “0.1%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장편으로 데뷔한 저를 비롯해 신시아, 한예지 배우를 고윤정 선배와 강유석 선배가 많이 축하해줬다”고 전했다.
앞서 ‘슬의생’은 스타 등용문으로 통했다. 신원호 감독은 신선한 마스크의 배우들을 파격적으로 기용해 주연급으로 길러내 왔다. ‘언슬전’ 역시 고윤정을 필두로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 등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신인들로 꾸려졌다. 이들을 발굴하는 과정은 신 감독의 기존 방식을 따르되, 캐스팅에는 이민수 감독과 김송희 작가의 의견이 많이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극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오이영으로 분한 고윤정은 털털한 성격과 무표정이 장점이다. 신원호 감독은 “고윤정 배우한테는 편견이 있었다. 아름다우신 분이니 그에 맞는 애티튜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웬걸, 처음 보는 캐릭터였다. 이렇게 털털한 배우는 보기 힘들다. 본인이 표현했는데, 말투가 초등학교 5학년 같다. 이 말투가 오이영한테 씌워지면 정말 매력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가장 좋은 건 무표정”이라며 “표정을 제로로 만들 줄 아는 배우가 잘 없는데, 무표정에서 출발해서 희로애락을 보여줘야 연기가 효율적”이라고 극찬했다.
신시아(표남경 역)는 오디션 1등다운 풍부한 감정, 강유석(엄재일 역)은 안재홍처럼 타고난 호감형 면모, 한예지(김사비 역)는 경험이 없어서 더 큰 쾌감을 선사하는 연기력이 돋보였다고도 했다. 특히 구도원 역을 맡은 정준원에 대해서는 “몇 년 전부터 캐스팅하려고 계속 보석함에 넣어놨었다. 쓰려고 할 때마다 사정이 있었다. 나이라든가, 캐릭터라든가, 뭐가 자꾸 안 맞았다”며 “일상미가 있는 친구”라고 강조했다.
12부작 중 2회까지 방송됐지만, 벌써 사돈 관계인 오이영과 구도원의 러브라인이 예고된 바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준원을 구도원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도 설명했다. 신원호 감독은 “으른(어른) 남자를 찾았다”며 “꼬맹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어른이 필요했다. 딱딱하지 않고 허당기도 있는, 이 부분이 여유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체구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듬직하지 않나.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언슬전’의 강력한 무기는 요즘 콘텐츠에서 보기 드문 ‘성장 서사’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인물들의 성장기”라고 작품을 정의한 신원호 감독은 “성장 서사라는 자체가 잘 없다. 답답해 죽겠는데 꼬맹이 자라나길 바라봐주는 게 쉽지 않다. 경쟁사회가 되니까 드라마에서는 시원하게 다 뚫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갓난아기가 몸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걸음마를 하고, ‘엄마 아빠’ 할 건데, 그 순간을 목격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언슬전’만의 매력을 피력했다.
신원호 감독이 그간 시즌제 제작을 많이 해왔던 만큼, ‘언슬전’도 시즌제로 만나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관련 질문을 받은 신 감독은 “순전히 시청자분들한테 달려 있다”며 “사실 ‘슬의생’ 시즌3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배우부터 시청자까지 압박하는데, 그 스트레스 때문에 만들게 된다. ‘언슬전’도 시청자분들이 끝까지 보신 다음에 하라고 하시면 그때부터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이민수 감독은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며 시즌2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언슬전’은 매주 토, 일 오후 9시 20분에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