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숨 쉴 권리’ 보장”…학계, ‘호흡기질환 환경 개선’ 정책 제안

“고령층 ‘숨 쉴 권리’ 보장”…학계, ‘호흡기질환 환경 개선’ 정책 제안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각 정당에 4대 정책 제안서 전달

기사승인 2025-04-17 13:30:18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는 가운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 중증 호흡기질환의 예방 체계를 구축해 유병률이 높은 고령층의 ‘숨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제언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는 가운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 중증 호흡기질환의 예방 체계를 구축해 유병률이 높은 고령층의 ‘숨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제언이 나왔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증 호흡기질환 치료 환경 개선 방안’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각 정당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이에 따라 COPD, 천식 등 중증 호흡기질환 유병률이 높은 고령층의 ‘호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COPD는 전 세계 사망률 3위의 중증 호흡기질환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5대 비전염성 질환 중 하나로 지정한 바 있다. 국내 만 65세 이상 COPD 유병률은 25.6%에 달하며, 인구 고령화에 따라 향후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회가 추산한 COPD로 인한 의료비, 간병비 등 사회경제적 부담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학회는 고령층 건강 증진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중증 호흡기질환의 치료 환경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COPD의 조기 발견과 진단을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 손실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한 번 손상된 폐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그러나 COPD 질환 인지율은 2.3%에 불과하다. 유병률이 비슷한 고혈압(71.2%), 당뇨병(66.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학회는 국가건강검진에서 최소 10년 이상 흡연한 50세 또는 60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연간 약 23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오히려 비용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또 ‘천식·COPD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조기 진단과 지속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천식, COPD 환자들에게 주로 사용되는 흡입제(흡입기관지확장제)의 일차의료기관 처방률이 낮고, 천식 환자의 70~80%가 흡입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흡입기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증상 조절이 어렵고, 급성 악화 및 부작용 위험이 커지는 만큼 올바른 사용법 교육이 필요하다.

학회는 중증 호흡기질환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COPD 생물학적 제제 신약에 대한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COPD가 급성으로 악화되면 폐 기능이 두 배로 손상되고, 사망률이 증가한다. 중증도나 악화 빈도가 높을수록 외래 및 입원 치료비, 간병비 등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3제 복합요법이 최대 표준 치료로 적용되고 있으나, 환자의 약 50%는 여전히 급성 악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학회는 고용량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국가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건의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면역력 저하로 인해 인플루엔자 감염 시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높으며, 특히 천식·COPD 환자에게는 예방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은 표준 백신 대비 항원 함량이 4배 높아 고령자의 입원 및 사망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미국, 캐나다, 유럽 주요국 등 18개국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14개국은 국가 예방접종으로 도입한 상태다.

이은주 학회 대변인(고려대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노인 환자 비중이 큰 COPD, 천식 환자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진단부터 치료, 관리까지 전반적인 중증 호흡기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광하 학회 이사장(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COPD와 천식은 조기 진단, 지속적 관리, 적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고령층의 일상과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질 것”이라며 “새 정부가 그동안 간과된 어르신들의 ‘숨 쉴 권리’를 적극 보장해 고령층 건강 증진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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