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 그룹이 테슬라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12일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162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이 기간 그룹별 판매량을 보면, 폭스바겐 그룹은 27만6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72.8%라는 압도적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력 모델인 ID.3, ID.4, ID.7, Q4 e-Tron, ENYAQ 등 MEB 플랫폼 기반 신차가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반면, 테슬라는 주력 모델 3와 Y의 판매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줄어든 20만2000대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34.2% 감소, 북미에서도 8.1% 감소하며 주요 시장에서 동반 부진을 겪었다.
업계는 유럽 시장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모델 Y 페이스리프트(프로젝트 ‘주니퍼’) 출시를 위한 생산 중단과 재고 부족을 꼽았다.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되지만, 테슬라가 보급형 신차 출시 일정을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하면서 2025년 하반기 또는 2026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13만7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했다. 아이오닉 5, EV6의 페이스리프트 효과와 기아 EV3, EV9의 글로벌 판매 확대가 주효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스텔란티스, 포드, GM 등 경쟁사를 앞지르며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기아는 EV4(최대 533km 주행거리)와 소형 SUV EV2 등 신차를 공개하며 전기차 대중화 의지를 드러냈다.
BMW 그룹은 30.3% 성장한 12만6000대를 기록, 4위에 올랐다.
BYD는 98.2%라는 폭발적 성장률로 10만5000대를 판매하며 6위에 안착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연간 20만 대 생산 규모의 유럽 전용 공장 건설을 추진,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유럽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22.8% 성장(89만8000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르노 R5, 스텔란티스 e-C3, 기아 EV3,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 등 다양한 신차 출시가 시장을 견인했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제조사 부담을 고려해 CO₂ 배출 규제 적용 시점을 2027년으로 유예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2025~2027년 평균 배출량으로 규제를 충족할 수 있게 돼, 전기차 전환 속도와 현실 간 간극 조율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다.
북미 시장은 41만5000대를 기록, 6.6% 성장했다. 아시아(중국 제외) 시장은 23만3000대로 30.8% 성장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토요타, 렉서스 등에서 신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 움직임을 보인다. 인도는 정부의 적극적 보급 정책과 인프라 확대로 2030년 전기차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SNE 리서치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내연기관차-전기차 균형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 판매 목표 폐지, 보조금 축소, 배터리 원자재 관세 부과 검토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별 정책 방향성과 수요 구조의 차이가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시장 대응 전략을 세분화하고 핵심 시장에서 입지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며 “폭스바겐의 약진, 테슬라의 일시적 부진, 현대차그룹의 북미 선전 등 주요 업체들의 전략 변화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