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의료원이 개원 100주년을 맞는 2028년까지 중증·난치성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연구 중심 의료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고난도 정밀 암 치료 기술로 주목 받는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하고, 화성시 동탄 지역에 700병상 규모의 네 번째 병원 설립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윤을식 고대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2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 제1의학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00주년인 2028년까지 중증난치성질환 중심 의료기관으로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5년 뒤 양성자 암 치료기 도입 목표
고대의료원은 중입자 치료와 함께 고난도 정밀 암 치료 기술로 주목 받는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 속도로 가속화해 암세포에 닿으면 에너지를 증폭시켜 종양을 파괴하는 현상을 이용한 방식의 치료법이다.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에는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두 곳만이 해당 장비를 운용 중이다.
윤 의무부총장은 “양성자 치료기는 가성비가 뛰어난 입자 치료기다. 안암·구로·안산 병원 중 가장 적절한 곳에 양성자 치료기를 설치하겠다”면서 “실제 가동까지는 5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손호성 의무기획처장은 “(양성자 치료기 도입) 예산은 15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다.
빅5 병원 중 3곳은 중입자 치료기를 택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23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고, 서울대병원(부산 기장 중입자치료센터)과 서울아산병원이 각각 2027년, 2031년 각각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승범 고대안암병원장은 “중입자 치료 대신 양성자 치료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며 “중입자와 양성자 치료는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일본에서 폐암· 전립선암·간암 등에 대한 양성자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됐다. 가성비 좋은 치료는 양성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입자 치료기는 이미 세 곳이 건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인구를 고려하면 3대가 최대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동탄에 4번째 병원 건립 추진…2035년 개원 목표
고대의료원은 안암·구로·안산병원에 이어 네 번째 병원을 경기도 화성시 동탄 지역에 개원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700병상 규모로, 2035년 개원이 목표다. 당초 경기도 남양주와 과천에 건립을 검토했으나 무산됐다. 현재 오는 7월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화성 동탄2 종합병원 건립 패키지형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2차 공모를 준비하고 있다. 해당 공모에는 순천향대병원과 중앙대의료원도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으로 인한 수도권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만 고대의료원은 화성시에 의료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분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병원장은 “화성시는 1300병상 정도가 부족한 데다 인구가 100만명이 넘고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 도시다. 주변에 반도체 공장 등도 있어 의료 수요가 분명 있다”면서 “의료원 차원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공모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미래의학관 개소…백신 개발 연구 강화한다
고대의료원은 그간 연구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의 1기 인증 연구중심병원 선정 결과 의료원 산하 안암, 구로, 안산병원 모두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의료 단일기관으로서 최다이자 최초 기록이다. 또한 고대의료원이 3년간 수주한 외부 연구과제 규모는 5000억원을 넘고 지식재산권 출원 건수는 1200건, 계약한 정액기술료는 627억원에 달한다.
다음 달에는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 미래의학관’이 문을 열면서 연구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의학관은 백신 개발에 써달라며 100억원을 기부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이름을 땄다. 정 명예회장의 뜻을 살려 국내 첫 민간 주도 전주기 백신개발 플랫폼인 ‘백신혁신센터’를 개소해 백신 주권 확보에 힘쓴다. 위험한 신종병원체를 안전하게 다루며 백신을 연구할 수 있는 대규모 생물안전 3등급 시설이 들어섰다. 또 IVIS 광학영상시스템, 이미징 기반 초고속 세포 분석 장비, G3 로봇 워크스테이션 등 고가의 첨단 장비도 마련됐다.
고대의료원은 앞으로 의학 연구 발전을 통해 중증·난치성질환 치료에 집중하고, 연구 중심 선순환 성장을 통해 의료계에서 한 차원 높은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을식 고대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스마트 초정밀의학 적용을 통해 위중한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집중해 건강한 의료전달체계에 기여하는 새로운 개념의 ‘제4차 의료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