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틈새 노리는 중견 건설사들…정비사업서 승부수

불황 속 틈새 노리는 중견 건설사들…정비사업서 승부수

기사승인 2025-06-05 06:00:07
모아타운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의 모습. 임지혜 기자

건설업 불황 속에 중견 건설사들이 모아타운 등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생존 방안을 찾고 있다. 10대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대형 정비사업 위주로 수주에 나선 사이 중견 건설사들은 틈새시장인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의 일종인 모아타운의 입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아타운(자율주택형‧가로주택형‧소규모 재개발형‧소규모 재건축형)은 서울시가 지난 2021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으로 신·구 건축물이 혼재돼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 주거지(10만㎡ 미만, 전체 노후도 50% 이상)를 하나로 묶어 재개발하는 정비 방식이다. 아파트 단지처럼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다양한 편의시설 조성이 가능해 입주민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금천구 석수역세권 모아타운 현장 설명회에는 6개사가 참석했으며 최종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BS한양과 동부건설이 참여했다. 석수역세권 모아타운은 서울 금천구 시흥동 972‧973‧974번지 일대를 지하 2층~지상 15층, 아파트 60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은 오는 28일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앞서 동부건설은 지난 4월 서울 구로구 고척동 모아타운 4‧5‧6구역 가로주택 정비사업도 수주했다. 고척동 모아타운 구역은 지하 4층~지상 25층, 10개 동, 647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조성될 예정이다. 공사 기간은 43개월, 총 공사비는 2100억원에 달한다. 동부건설은 이 외에도 △중랑구 묵동 장미아파트 정비사업 △망우동 509-1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수주한 바 있다.

쌍용건설도 금천구 시흥5동 모아타운 8개 구역 중 1‧3구역을 수주하며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나선 상황. 쌍용건설은 금천구 시흥5동 1‧3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도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모아타운 수주는 중견 건설사들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평가된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10대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대형 사업지만 선별해 집중 수주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이 틈을 비집고 소규모 모아타운 수주에 집중해 수익을 올리는 상황이다. 

특히 모아타운은 일반 도시정비사업보다 규모가 작아 사업비가 적게 들고 정비계획 수립, 조합추진위 승인 등의 절차가 생략돼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재개발은 8~10년 정도 걸리는데 모아타운은 2~3년이면 사업을 끝낼 수 있어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회수에 용이하다는 평이다.

중견 건설사들의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 열기는 지난 5월 진행된 고척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 설명회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설명회에는 호반건설‧두산건설‧BS한양‧중앙건설‧태영건설 등 15개 건설사가 몰렸다. 

중견 건설사 입장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은 서울 진입 문턱이 낮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특히 서울은 거의 개발된 상태라 수주할 수 있는 게 정비사업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모아타운은 중견 건설사의 서울 진입에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모아타운 같은 경우는 한 구역을 수주하면 근처 다른 구역을 수주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한 건설사가 여러 구역을 수주하면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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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