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새로운 전략적 무게 중심’ 모색해야

주한미군의 ‘새로운 전략적 무게 중심’ 모색해야

기사승인 2025-06-09 16:27:20
한국전쟁 휴전 이후 한반도 안보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 주한미군은 성공적인 한미연합대비태세 뿐만 아니라 한미관계 전반을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과 같은 존재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 변화에 대한 많은 추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도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양국 차원이 아니라 인도 및 태평양 지역내 안보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변화를 ‘선택이 아닌 필수적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해 변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인식에 철저히 대응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오늘날 한미 양국을 넘어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동맹 관계의 다변성 및 확장성을 고려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이 투영될 새로운 무게 중심에 놓일 ‘주춧돌’의 위치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현직 한미 군사 전략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가 북한에게 잘못된 전략적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북한이 오판하여 새로운 위기가 한반도에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전략적 오판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하는데 그간 전략적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비정상적인 상황이 마치 정상적인 상황’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설상가상으로 국익 증진과 직결되는 안보정책을 수립 및 추진하는데 있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회비용’에 대한 전략적 분석 역시 평가절하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글로벌 차원의 외교안보 환경은 냉전체제 종말 이후 가장 두드러진 ’패러다임적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재화의 생산량을 늘일때마다 포기해야 할 다른 재화의 양이 증가하는 ‘기회비용체증의 법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된다면 한미관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데 있어 주한미군의 주춧돌 역할은 유명무실해 질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미 양국만의 문제가 아닌 이미 지역 차원의 중요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나카다니 겐 일본 방위상은 최근 개최된 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 및 태평양 전체를 하나의 전구(theater)로 묶는 새로운 전략적 구상 ‘오션(OCEAN, 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의 안보 부담을 강하게 요구하며, 인도 및 태평양 지역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의 위협을 ‘분리가 아닌 포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지역차원의 안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호주, 인도, 필리핀 등도 이 같은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사실상 동조하고 있어 일본(55,000여명)과 한국(28,000여명)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규모와 역할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우리가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변화 속에 묻혀 한미 양국의 공통된 안보 국익 추구를 위한 전략적 입지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킬 또 다른 중요한 변수이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협력 관계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이미 마련했고, 종전(終戰) 혹은 정전(停戰) 이후에도 북한 군인들이 잔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북러간 군사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또한, 북한은 북러관계의 변화에 따라 중국과 군사협력관계 역시 새롭게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규모 및 역할 변화, 그리고 한미방위비분담금 재협상 가능성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변화에 대한 한미 양국의 명확한 미래 청사진 합의 없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서두르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전략적 실패를 차조하게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민(文民) 국방장관 임명 등을 고민하며 대대적인 국방 조직 및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방장관의 최우선적인 과제는 불확실한 한미군사 동맹관계 변화의 가능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칫 계엄 및 내란 등의 정치적 사안에 매몰되어 국방혁신을 추진할 경우 시급한 현안에 대한 한미간 논의는 여지없이 정치적 제물이 되어 정치권내 이념적 대립을 촉발시킬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변화는 인도 및 태평야 지역내 안보 환경의 급변에 따른 시대적 요구사항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한미 양국의 새로운 안보국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선 주한미군의 전략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곳으로 옮겨질 주춧돌의 위치를 선제적으로 모색하고 그 영향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박진호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