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탔는데” 간병비 국가책임제, 실현되면 내 보험료는 [알기쉬운 경제]

“막차 탔는데” 간병비 국가책임제, 실현되면 내 보험료는 [알기쉬운 경제]

기사승인 2025-06-12 06:00:09
사적 간병비 규모가 10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됐다. 프리픽

“보장 범위가 줄어든다길래 얼른 간병비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국가가 간병비를 지원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이 보험은 쓸모가 없어지나요? 그동안 낸 보험료는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공약으로 제기되면서 보험 가입자들 사이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오는 2027년부터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에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알기쉬운 경제’에서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무엇인지, 보험 가입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해 보겠습니다.

10조원 넘는 사적 간병비…정부가 맡는다

한국은 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고령 환자가 늘면서 간병비 부담도 불어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의료패널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 규모는 지난 2008년 3조60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8조원으로 급증했습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는 2022년 사적 간병비가 이미 10조원을 넘겼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환자들은 주로 가족이나 민간 간병인을 통해 사적으로 간병 서비스를 해결해 왔습니다. 그러나 사적 간병비 부담이 커지며 ‘간병 파산’ 등 어려움이 불거지자 정부가 개입에 나섰습니다. 사적 간병인 대신 병원에 간병인력을 두고 그 비용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정부는 요양병원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의료진 판단에 따라 선별된 중증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공적 간병인이 표준화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그간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보장에서 제외됐던 요양병원 간병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입니다.

보험업계 “이미 낸 보험료는 지난 보장 비용”

그간 보험업계는 요양병원 간병비 부담에 대비한 특약 상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하루 보장금액이 줄어들기 전에 서둘러 간병비 보험에 가입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이 되지 않아 민간 보험으로 보완하려던 금액이 뒤늦게 건강보험으로 편입되면 고객이 그동안 낸 보험료는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보험업계는 급여화 방식에 따라 특약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간병비가 전액 건강보험으로 보장되면 특약 자체가 사라집니다. 이렇게 되면 이전에 가입한 고객이 앞으로 낼 보험료는 낮아지지만, 이미 낸 보험료는 환불되지 않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보장을 제공한 비용이기 때문에 이미 낸 보험료는 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건강보험이 간병비 일부만 보장한다면 기존 보험상품이 나머지를 보장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나머지 금액에 따라 특약 범위를 조정하고 손해율을 재산정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보험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그동안 낸 보험료는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건보 재정…요양병원 쏠림 우려도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집니다. 장경수 여의도연구원 정책팀 부연구위원은 “요양병원 중증 환자 분류에 따라 심각한 1단계부터 3단계 환자까지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매년 최소 15조원이 들어간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간병비 급여와 우선순위 대상을 촘촘하게 선별하고, 거주형 요양병원은 급여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민간보험과 공보험을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영국은 민간 간병보험에 대해 보험료 대비 높은 보험금 혜택을 보장하고, 미국은 세제 혜택을 주고 보험료 인상을 금지하며 가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로 공공-민간 협력모형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입니다. 그러나 재원 마련, 수급 조정, 민간 보험상품 변경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와 보험사, 가입자 모두 긴 안목으로 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