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경기부양 위해 부동산 과잉투자 용인한 관행 떨쳐야”

이창용 “경기부양 위해 부동산 과잉투자 용인한 관행 떨쳐야”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사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하겠지만 추가 인하 신중”
새 정부에 “구조개혁 과제 우선순위 명확히 하길”

기사승인 2025-06-12 15:23:4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고 부동산 과잉 투자를 용인해 온 과거의 관행을 떨쳐야 한다”면서 경제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급하다고 경기부양 정책에만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일례로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하향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언급하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8%, 내년 성장률은 1.6%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전망치보다 큰 폭으로 내려간 수치다. 

이 총재는 낮은 경제성장률의 배경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둔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내수 회복 지연, 건설투자의 역성장 등을 들었다. 그는 “경기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하지만 동시에 성장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 정부가 구조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당부도 남겼다. 이 총재는 “구조개혁은 항상 이해관계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새로 출범한 정부가 구조개혁 과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향후 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인하 기조를 유지하되 구체적 인하 폭과 시점은 향후 거시경제와 금융 지표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며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주요국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 외환시장 변동성도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날 최근 화두로 떠오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 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다”며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다인 기자
daink@kukinews.com
김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