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부산 이전, 해양수도 상징인가 비효율인가”…공론화 목소리[쿡~세종]

“해수부 부산 이전, 해양수도 상징인가 비효율인가”…공론화 목소리[쿡~세종]

정책 집행력 약화 우려 속 “또다른 강제 이주” 내부 반발
“이전보다 기능 강화...실질적 해양산업 발전 전략 필요”

기사승인 2025-06-15 06:00:06
사진=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제공

“어떻게 보면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부산이 세종보다 훨씬 살기가 좋아요. 그런데도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본부 이전을 많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요. 그런데 노동권이 제한된 공무원이 반대 투쟁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요. 가라면 가야 되고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가야하는 것도 맞습니다. 다만 ‘해수부를 부산으로 이전하자’는 문제를 공론화해서,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 한번 논의해보자는 것입니다” (윤병철 국가공무원노조 해양수산부 지부 위원장)

정부가 추진 중인 해수부 부산 이전 계획을 둘러싸고 내부 구성원인 공무원들의 반발과 우려가 거세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해양수도 부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물리적 이전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능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지난 5일 첫 국무회의에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신속히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부산을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 이행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부에 따르면 해수부 본부에는 약 63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이미 부산에는 해수부 산하 8개 기관에 1308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세종 본부 600명 정도만 옮기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내부에서는 오히려 행정 비효율성과 타 부처와의 협업 약화, 민원 접근성 저하 등 실질적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오히려 해양수산 정책 전반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양수산 정책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여러 부처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세종에 구축된 기존 협업 체계를 해체하고 서울~세종~부산의 ‘삼원 행정체계’를 만드는 것은 명백한 비효율이라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해양수도의 상징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실질적인 예산과 권한의 이전 없이 해수부 본부만 옮기는 것은 오히려 부처 위상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1시간 정도면 합의할 수 있는 사안도 도로에서 버려지는 시간으로 인해 8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부처간 의사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조는 해수부 이전이 일부 인구 유입과 해양수도 상징성 제고 측면에서 부산 지역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해양수산 정책의 전국 단위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산을 제외한 타 지역, 특히 인천, 경기, 강원 등지의 민원 접근성이 떨어지고 전국적인 정책 소통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전국 어민들과의 행정 접점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지역 불균형 해소라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노조는 단순한 물리적 이전보다 실질적인 기능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대통령실 소속의 국가해양전략위원회 신설과 같은 범정부 차원의 해양수산 정책 조정기구를 마련하고, 해운·조선업까지 포괄하는 통합 행정 기능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이는 미국 백악관의 해양정책위원회, 일본 총리실 산하의 종합해양수산본부, 프랑스의 해양사무총국 등 해외 선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차관급 국가해양수도개발청을 신설해 해운·항만·조선 정책의 실질적 추진 주체를 구성하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현재 세종에 위치한 해수부 일부 기능과 산업부의 조선 관련 조직 등을 부산으로 이관하고, 부산 북항 재개발, 북극항로 개발, 해양레저 산업 육성 등과 연계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해수부 이전 추진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치권 한 인사는 “행정 효율성과 지방균형발전 차원에서 세종으로 정부부처를 이전한 지 10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일부 부처만 이전하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시민단체의 반발도 크고 국민적 공감도 낮은 상황에서 해수부만 이전한다고 해서 부산 시민들이 여당을 더 지지해줄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수부 본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1%가 부산 이전에 반대했다. 가장 큰 이유는 ‘가정생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었다.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주거 문제 등 생존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세종 이전 당시 이미 한 차례 강제 이주를 겪은 공무원들에게 이번 이전은 ‘또 다른 고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해수부 지부는 “이전이 강행될 경우 민주노총 등과 연대해 전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상태다.

현재 해수부 부산 이전은 단순한 상징이나 정치적 성과를 넘어, 행정의 효율성과 공공 노동자의 권익, 그리고 지역 발전의 실질적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간판이 아닌 실질적인 해양산업 발전 전략”이라면서 “공론화를 통해 해양수산 정책의 집행력과 정부 행정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협의와 설득을 바탕으로 실질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태구 기자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